"여객기 부서지고 승객들 놀라 울고"…'끔찍한 기억' 안고 필리핀서 귀국

세부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로 발 묶였던 탑승객 일부 귀국

"두번째 착륙 시도때 큰 충격…영화처럼 불빛 왔다갔다 해"

 

"창밖으로 보니까 기체가 부서져 있었어요. 어떤 분은 소리 지르고 어떤 분은 울고…"

25일 오후 9시50분쯤 인천공항 입국장 전광판에 '대한항공 632편 착륙' 표시가 떴다. 이 여객기를 타고 필리핀 세부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40대 여성 A씨는 입국장 밖으로 나온 딸 B양(17)을 보자마자 꼭 안았다. 모녀의 표정에 안도감이 묻어났다.

B양은 24일 0시7분쯤(한국시각) 세부공항에서 활주로 이탈(오버런) 사고가 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당시 여객기는 기상 악화로 두 차례 착륙시도 후 복행(고어라운드)하려 했으나 비상상황 선포 절차에 따라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세 번째 시도 끝에 착륙엔 성공했지만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수풀에서 멈췄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탑승객들은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B양은 "여객기가 두 번째 착륙을 시도할 때 기체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며 "세 번째 착륙 시도 후 창밖을 보니까 비행기가 부서져 있어 놀랍고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양은 "승무원 지시에 따라 비상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왔다"며 "어떤 승객은 소리를 지르고 어떤 승객은 '무사히 착륙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B양은 어학연수 목적으로 필리핀으로 갔지만 사고가 나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B양은 "항공기가 세 번째 착륙할 때 미리 말해줬으면 대비라도 했을 텐데 갑자기 승무원이 '머리 숙이라'고 외쳐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C씨도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이날 대한항공 632편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C씨는 "사고 여객기 착륙 당시 승무원이 갑자기 '머리 숙이라'고 했고 이후 우당탕탕하더니 영화처럼 불빛이 막 왔다갔다 했다"며 "처음엔 승객들이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해서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고 후 귀국행 비행기를 보니 '아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탑승하려니 겁이 났다"며 "그나마 좋은 비행기를 타서 편하게 돌아왔다"고 안도했다.

국토교통부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와 대한항공은 대체기를 파견해 24일 사고로 결항·지연된 진에어, 에어부산 항공편 체류승객 260여명과 대한항공 사고기 관련 체류객 122명을 국내로 수송하기로 했다. 

B양과 C씨가 타고 귀국한 대한항공 632편에는 사고 여객기에 탔던 승객 14명을 포함해 활주로 폐쇄로 발이 묶였던 120여명이 탑승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여객기에서) 짐을 빼지 못한 상황이라 상당수가 현지 호텔에 남아 있다"며 "귀국하는 14명 중 9명은 한국 국적이며 나머지는 환승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장수습과 사고조사를 위해 필리핀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파견한 1차 특별기는 24일 오후 9시56분 필리핀 보홀섬 팡라오 공항에 착륙했다.  

1차 특별기에는 국토부 조사관 3명과 감독관 2명, 대한항공 관계자 37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배편으로 추가 이동해 25일 새벽 2시10분쯤 세부섬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고 항공기의 견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기를 실을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없어 기체는 활주로 끝 250m 지점에서 이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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