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제·안보 상황 엄중, 여야 따로 없다…국회 협력 절실"

국회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엄중한 경제·안보, 극복 위해 국회 협력 절실"

구체적 예산 항목 소개 '사회적 약자' 지원 강조…민주당, 헌정사상 첫 불참 초강수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면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한 것이라고 소개하며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원총회 결의를 통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지난 5월16일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이어 두 번째이며, 본예산과 관련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며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금융 안전성과 실물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국제신인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그리고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현실 또한 매우 엄중하다"며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이미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며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산업의 고도화, 미래 전략 산업의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취임 후 지금까지 열 차례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 상승의 충격이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동결을 연장한 것을 비롯해서 연료비, 식료품비, 생필품비도 촘촘하게 지원하는 한편, 장바구니 물가를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폭우와 재난으로 인한 피해복구와 지원에도 매진해 서민들의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는 한편, 6조원 규모의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과 50조원을 상회하는 채권시장 등의 안정화 조치를 취해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공급도 시행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며 새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되었고 나라 빚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 신인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위해서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 7월의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건전재정 기조로 내년 예산을 편성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며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편성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되어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솔선하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고자 한다"며 "경제가 어려울 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로,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의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일일이 소개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지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폭으로 조정해 4인 가구 기존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을 인상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 지원에 187000억원을 반영했다"며 "저임금 근로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그리고 예술인의 사회보험 지원 대상을 확대해 278000명을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근로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7000곳에 휴게시설 설치 등 근로환경 개선을 획기적으로 실행할 것"이라며 "아울러 장애인과 한부모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해 장애수당을 8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시간을 하루 8시간까지 확대함과 아울러 장애인 고용 장려금도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증장애인의 콜택시 이용 지원을 확대하고 저상버스도 2000대 추가 확충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며 "한부모 자녀 양육 지원 대상을 현재의 중위소득 52%에서 60%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폭우 피해에서 드러났듯이 반지하·쪽방 거주자들이 피해가 많았다"며 "이분들이 보다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신설하고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의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를 위해 최대 1억6000만원 한도의 긴급대출 지원도 신설했다"며 "청년들에게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5만4000호를 신규 공급하고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새로 도입하는 한편, '청년 내일 저축계좌' 지원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르신들께는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양질의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규모를 금년도의 590억원에서 1690억원으로 약 3배 확대했다"며 "주요 농축수산물의 비축을 확대해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중소농의 공익직불금 지급 확대, 비료, 사료 등의 구매자금 지원을 통해 농가 생산비 부담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방소멸 대응 특별 양여금을 1조원으로 확대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투자 규모를 지역 수요가 높은 현장 밀착형 자율사업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 주도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첨단전략산업과 과학기술 육성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 방안도 담겨 있다고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총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해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양자 컴퓨팅, 우주 항공,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해 총 4조9000억원의 R&D(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겠다"며 "민간투자 주도형 창업지원을 통해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스마트화 지원과 연구개발 등 혁신사업에도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튼튼한 국방력과 일류 보훈, 장병 사기 진작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국방력 강화를 위한 의지도 예산안에 담겼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여 현무 미사일과 F-35A, 패트리어트의 성능 개량,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로봇, 드론 등 유·무인 복합 무기 체계 전환을 위한 투자, 그리고 군 정찰위성 개발, 사이버전 등 미래전장 대비 전력 확충 등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겠다"며 "사병 봉급을 2025년 205만원을 목표로 현재 82만원을 내년에 130만원까지 인상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해 합리적 보상이 매년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보훈 급여를 2008년 이후 최대폭으로 인상하고 참전 명예 수당도 임기 내 역대 정부 최대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니켈, 알루미늄 등 광물 비축, 수입선 다변화 추진을 위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UN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국제사회에 책임있게 기여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국익조차 제대로 지켜내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정부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4조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해외 긴급구호 지원과 저개발국과 개발국을 대상으로 원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는 본격적인 예산 정국으로 돌입하지만 법정시한(12월2일)을 지켜 예산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장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장소인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윤 대통령이 국회 본관에 입장할 때는 침묵으로 시위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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