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워"…대통령 입에 오르는 사고 기업들, 이번엔 'SPC' 직격

20대 여성이자 가장 A씨, 배합기에 끼어 숨져…SPC 사고 후 대응 논란·비판

尹 "너무 안타깝다, 최소한의 배려 해야지 않나"…전국민 불편 카카오도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이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기업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사고를 일으킨 '기업명'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단 점에서 재계에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식품전문업체인 'SPC'를 콕 집어 언급했다.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SPC그룹 계열사인 SPL 경기 평택 공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샌드위치 소스배합기(교반기)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A씨는 최대 20kg에 달하는 분말 형태의 원료통을 들어 배합기에 붓는 일을 하다 1.5m 높이의 오각형 배합기에 몸이 끼어들어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인 1조로 작업이 진행돼야 했음에도 직원 1명이 잠시 자리를 비워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에서 국민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을 분노하게 만든 지점은 SPC의 후속 조치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공장에 있던 혼합기 9대 중 자동방호장치가 없는 7개에 우선적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후, 다음날 나머지 2대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다음날 고용부 관계자가 공장을 찾았을 때 샌드위치 만드는 작업이 진행중이었다고 한다. SPL은 사고 당일 저녁부터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고 지역은 하얀색 천으로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곳은 수년째 '끼임사고' 등 작업중 사고가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택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 재해자는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37명이다.

사고 유형으로는 끼임사고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넘어짐 11명(29.7%), 불균형·무리한 동작 4명(10.8%) 등의 순이다. 끼임 사고가 가장 많았음에도 방지 장치인 인터록은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사고 현장에 있던 노동자를 정상 출근시켰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그제서야 휴가를 부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여기에 A씨가 어머니와 고등학생 동생을 부양하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 상황을 모두 파악한 듯 "아무리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습니다만 우리가 같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우리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하는 게 아닌가"라며 "참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위파악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평소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에 큰 관심을 보인 윤 대통령이 관련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윤 대통령은 사고 발생 다음날 이미 안타까움을 표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사고 소식을 듣고 상당히 안타까워 했다"며 "요즘같이 경제가 힘들 때 형편이 어려운 분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 대통령은 한 번씩 더 들여다보고 챙기고, 말씀드릴 사안이 있으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안전수칙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사고가 발생한 제빵공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인 만큼, 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전국민에게 피해를 준 '카카오'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부가통신사업자(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개선 의지는 지난 17일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의 840자 서면 브리핑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책임 방기 △책무·사회적 약속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 △이윤 사유화 등의 표현을 썼는데, 윤석열정부의 대언론 최종책임자의 입 또는 글에서 이같이 강도 높은 표현이 나온 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것 외에는 없었다.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시장의 약 90%, 택시 호출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계열사 수가 지난 2017년 63개에서 올해 136개로 배 이상 늘며 급속하게 기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데이터 센터 화재로 모든 것이 먹통이 됐고, 복구에도 수일이 걸려 전국민적 피해가 발생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망 이원화 방침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미연에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국민적 인식이 큰 상황이다.

김 수석은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 기업의 당연한 책무가 방기되면 국가 안보 리스크로 번지게 된다"며 "독과점 플랫폼기업이 '시스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한 언급은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사실상의 국가기간통신망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일이 없도록 민관 차원의 재점검을 당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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