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기밀 친서' 기자 보여주며 "내가 줬다 말하지 말라"

CNN, 25일 공개될 우드워드의 '트럼프 테이프' 오디오북 입수해 보도

2017년 김정은과 말폭판으로 전쟁 위기 몰아넣었던 것에 대해 "본능" 설명

 

"내가 (보여)줬다고 말하지 마세요, 알았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기밀 친서를 기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이 담긴 음성 녹취본이 공개됐다. 

CNN은 18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유명한 미국의 언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진행한 20건의 인터뷰가 녹음된 오디오북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트럼프 테이프'라는 제목의 이 오디오북은 오는 25일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8시간 이상의 가공되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음성 인터뷰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 녹음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우드워드 부편집인에게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에 대해 '아름답다'라거나 '연애편지(러브레터)'라고 표현해 왔다. 

우드워드는 지난 2020년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책 '격노'를 발간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부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고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한 2019년 8월까지 총 27통의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편지를 우드워드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메모나 복사, 사진 촬영은 불허해 우드워드는 편지를 낭독해 녹음함으로써 내용을 입수했고, 책을 통해 내용의 일부를 세상에 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퇴임하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관련 법에 따라 국립기록관리청(NARA)에 이관하지 않고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들고 나갔다가 적발돼 지난 1월 뒤늦게 반납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과 관련한 법무부의 조사에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오는 25일 공개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이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 미국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세한 견해 등이 담겨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이 공개한 발췌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 단추', '화염과 분노' 등의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었을 당시 깊은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정황이 드러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우드워드 부편집인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전적인 수사가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인지' 묻자 "노, 노(NoNo)"라고 부인했다.  

그는 "어떤 이유로든 그것은 고안됐다"면서도 "누가 알겠느냐. 본능적으로. 본능에 대해 얘기해보자. 알았지?"라고 사실상 전략적이라기보단 본능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왜냐하면 그것은 정말로 당신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매우 거친 수사였다. 가장 거칠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이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하자, "훨씬 더 큰 핵 단추가 있다"고 위협을 하기도 했다.

CNN에 공개된 14초 가량의 녹음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김 위원장)는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일 예정이었다. 그들이 비명을 질렀던 것을 기억하라"면서 "그는 자신의 책상 위의 (핵) 단추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내 단추가 네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참모들에게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우드워드 부편집인에게 보여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나와 그(김 위원장)다", "그것은 선(군사분계선)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그 선을 넘었다. 아주 멋지다. 아시겠어요? 매우 멋지다. 그렇죠?"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해(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 및 문재인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갖고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잠시 넘어 북쪽 땅을 밟은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나는 푸틴을 좋아한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다른 모두와 잘 지내려고 한다"며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특히 그들은 망할 1332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양국 관계 개선의 기회를 망쳤다고 비난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또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하자, "나는 이 나라에서 이전에 아무도 갖지 못한 무기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당신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이 전에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무심하고 위험한 방식"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을 결코 입증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이번 책 서문에 "트럼프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녹취록을 읽거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인터뷰의 단편들을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녹취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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