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혁신에 공기업 복지 '추풍낙엽'…無LTV 대출, 학자금까지

7%대 주담대 비웃는 공공기관 0~3%대 사내대출 '축소'

회갑휴가·안식휴가 등도 폐지…"마른 수건 짜라" 반발

 

#. 한국전력공사(한전)·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27개 공기업은 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없는 0~3%대 저금리 사내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전의 경우 자체 예산을 통해 주택구매자금 최대 1억원을 연 3% 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고, 주택임차금은 2.5% 금리로 8000만원까지 빌려주고 있다. 이 사내대출 제도는 특히 LTV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은 돈을 레버리지 할 수 있어, 과거부터 자주 특혜 시비를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 부문 혁신의 칼날을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위한 사내복지(복리후생)에도 들이밀었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 일부만 누리고 있었던 'LTV 규제 미적용' 사내대출 제도는 일반적인 국가공무원 수준에 맞도록 축소하고, 회갑휴가·안식휴가 등 보통 직장인 시각에서 과도하다고 여겨지는 복지 또한 어김없이 폐지하기로 했다.

이런 복리후생 축소는 궁극적으론 빚더미에 앉은 공기업 등의 경비를 절감해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1조1000억원의 공공기관 경상경비를 감축할 계획이다.

전날 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예산 효율화·복리후생 개선 계획'을 보면 각 기관이 정부에 향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복리후생들이 나열됐다.

총 751건 가운데 360건이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복리후생비' 관련이었다.

예를 들어 근로복지공단 등 72개 기관은 고등학교 교육이 지난해부터 전면 무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자녀 학자금 지원 규정을 두고 있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138개 기관은 국가공무원 수준에 비해 과도한 경조사비·기념품비 등의 지급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써냈다. 예컨대 포상비 1인당 20만원을 일반적인 국가공무원 수준인 10만원으로 줄이는 식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과거 논란이 됐었던 자녀 입학 축하금을 여전히 지급하고 있었다. 보육비와 문화여가비, 의료비 지원 등도 향후 축소하거나 폐지할 복리후생에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이같이 제출한 혁신 계획을 이행할 경우 내년 복리후생비를 작년보다 2.2%(191억원)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들이 제출한 혁신 계획에는 사내대출과 휴가·휴직 등에 관한 내용도 355건이나 포함됐다.

강원랜드 등 161개 기관은 무급이 아닌 유급휴일로서 운영하던 창립기념일을 정상근무 또는 무급휴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16개 기관은 과도한 휴가 제도를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는 안을 제출했다. 대표적으로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5년 장기 근속자에게 5일씩 안식휴가를 줘 왔는데, 이를 없애기로 했다.

이 밖에 일부 기관들은 직원 본인이나 배우자의 조부모가 회갑 등을 맞았을 때 특별휴가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폐지하겠다고 알렸다.

일부 복지의 경우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개선 지적을 받은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공단 등 17개 기관은 명예퇴직금 지급 요건을 국가공무원(20년 이상 근속) 대비 훨씬 관대한 10년 이상 근속 등으로 풀어놓고 있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길을 받은 대목은 사내대출 개선안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62개 기관은 과도하게 운영해 온 임직원 대상 사내대출 제도(주택자금 64건, 생활안정자금 32건)를 정부 지침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해 7월 개정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직원에게 융자를 지원할 경우 금리는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를 바닥으로 더 내려갈 수 없다. 한도는 주택자금 7000만원과 생활자금 2000만원이 상한이다.

특히 주택 구매자금의 경우, 무주택자가 85㎡ 이하(일명 '국민주택 규모')를 사들이는 때에만 지원하도록 했다. LTV 적용은 당연히 해야 하며, 부동산 등 대출 물건에 대해 근저당권 설정 역시 전제했다.

정부 지침이 공공기관 사내대출에 있어 LTV 적용과 근저당권 설정을 전제로 달았다는 점은 역으로 많은 기관의 사내대출 제도가 LTV 규제를 미적용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사내대출 제도는 과거부터 공공기관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키곤 했지만, 최근 시비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달 들어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치솟고 대출 한도 규제도 강화되는 등 많은 국민이 대출 관련 부담을 호소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혁신 계획의 걸림돌은 공공기관 직원들과 노동조합의 반발이다.

비록 기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 부문 혁신을 이끌고 있는 기재부(공운위)에 이번 계획을 자체적으로 제출하긴 했으나, 구성원들의 완전한 합의에 바탕을 두진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공공기관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모든 것을 다 쥐어짜 복리후생이 남아있는 게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쥐꼬리"라며 "이번에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제출한 것을 보면 울며 겨자먹기로 쥐어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정부의 혁신 방향을 '민영화'와 연관짓고 있어 윤 정부에 부담일 것으로도 보인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앞서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에 대해 "공공기관을 약화시켜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공공기관 민영화 가이드라인'"이라며 "공공기관 기능을 축소·폐지하면 빈 자리는 재벌과 투기 자본이 채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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