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전화폭탄에도 '반의사불벌죄' 적용…스토킹처벌법 이대로 괜찮나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신고 3배 증가 등 심각성 드러나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등 법개정 국회 문턱 넘을지 관심

 

#. 헤어진 전 연인이 범죄의 대상이 된 건 한 순간이었다.

한 20대 여성은 올해 경찰 신고를 선택한 끝에야 스토킹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피의자는 한 때 연인 사이였던 A씨(40). 그는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교제하던 피해자에게 끝없이 연락했다.

지난해 11월25일 보낸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한거다'라는 문자메시지가 그 시작이었다.

A씨가 이때부터 같은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122건, 전화는 63통에 달했다.

올해 1월에는 경북의 피해자 자택까지 찾아가 현관문을 수차례 두드리고 욕설을 퍼부어 피해자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다. A씨는 여러 차례의 폭력 전과도 있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최근 광주지법 형사5단독(재판장 황혜민)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강의 수강도 명령받았다.

#. 광주에 거주하는 한 60대 남성은 하루에만 50차례의 전화를 받는 등 3개월간 스토킹 범죄에 시달렸다.

발신자는 피해자의 환자였던 B씨(54·여)였다. B씨는 올해 3월31일 전남 나주에서 2차례 전화를 건 것을 시작으로 6월24일까지 총 29일에 걸쳐 끊임 없이 스토킹을 했다.

피해자는 4월7일 하루에만 40차례, 6월1일에는 10시간 동안 50차례의 연락을 받는 등 총 207회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최근 광주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박찬우)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범행의 내용과 기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재범의 위험성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에 접어들면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16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절차를 규정한 법이다.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됐으나 지속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경범죄 처벌에 속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광주지역에서 접수된 스토킹 신고는 지난 2019년 79건, 2020년 41건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는 관련 신고가 301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9월까지는 462건으로 시행 전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신고 접수된 301건 중 38건이 입건됐으며 이 중 17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올해는 462건 중 198건이 입건됐고 6명이 구속 송치, 184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전남의 스토킹범죄 신고 건수는 2018년 55건, 2019년 121건, 2020년 75건이었다. 지난해 올해 8월까지 신고 건수는 520건으로 전년 동기 122건에 비해 326% 급증했다.

스토킹범죄는 초기 범행이 삽시간에 중범죄로 바뀌는 특성을 갖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된다.

특히 재범 예방을 위한 경찰 보호 여부도 피해자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연인관계라는 특수 관계가 많기에 피해자가 입건을 원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현장에서 접근 금지 또는 전기통신 금지 등에 대한 경고장을 발부한다.

각 경찰서에 1명씩 근무하고 있는 스토킹 전담경찰은 신고 다음날 다시 피해자에게 연락해 처벌을 원하는지와 보호 조치 필요 여부를 묻는 식이다.

이처럼 스토킹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등 피해자 보호 대책에 대한 미흡점까지 드러나면서 대검찰청은 지난 14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판례와 범죄 현황을 전수 분석한다'는 방침까지 발표했다.

전수 분석을 통해 범죄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사건처리 기준을 만들고 가해자의 '집착 정도'를 중점 고려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나면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와 스토킹피해자보호법 등이 심의될 예정으로,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의 핵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은 지인 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 중 하나다"며 "지난해 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시민들이 스토킹도 처벌된다는 인식을 하면서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복 등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더 큰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꼭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두번째 신고부터는 반복성이 인정돼 스토킹처벌법으로 사건처리가 가능한 점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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