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 있어도 소아과·산부인과 의사 될 수 있다…이대로 괜찮나

의료법 8조 결격 사유에 성범죄 빠져 있어

"자격요건 강화해야" vs "과잉 규제"

 

우리 아이와 아내를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성범죄 전과자라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의대생의 불법 촬영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면허 취득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 취득에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면허 결격 사유에 성범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과잉 규제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 성범죄 저질러도 의사 면허 취득 가능…성범죄 의사 717명중 자격정지 '5명'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공성봉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성적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연세대 의대생 A씨(21)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2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6월17·20·21일과 7월4일 등 총 4차례에 걸쳐 연세대 의과대학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옆 칸에 있던 여학생을 총 32회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데 배신감과 성적 수치심, 정신적 충격 등을 받아 쉽게 회복되기 어렵게 보인다"면서도 "자백하고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정황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상습 불법촬영 혐의에도 해당 의대생은 의사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현행 의료법 제8조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정신질환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처벌을 받은 자만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성범죄는 결격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향후 학교 측의 징계위원회에서 최고 수위인 출교 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다른 대학에 진학해 의사 면허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고려대학교 의대생 3명이 동기를 집단 성추행하고 불법 촬영해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이중 1명은 복역 후 성균관대학교 의대에 입학해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성범죄로 의사면허 자격정지를 받는 경우도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17명의 의사가 성범죄로 검거됐지만 이중 자격정지가 된 의사는 5명뿐이었고 그나마 1개월 정지가 전부였다.

◇"의사 면허 자격요건 강화해야" vs "과도한 제한 우려"

이 때문에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면허 취득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환자 생명을 담보하는 유일한 근거가 의사 면허인데 그만큼 면허에 대한 발급과 관리 등이 강력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의사들의 범죄 전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생명을 믿고 맡기는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의료인도 다른 전문 직종과 같이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의료인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률적으로 의사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의견도 있다. 

해당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교통사고 등 업무 이외의 범죄를 원인으로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혜승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범죄를 저질렀으면 취업제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도 "의료법 개정 방향이 일률적으로 의사 면허 취득을 차단하는 방향이라면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는 "심각한 강력범죄를 저질러 징역형 이상을 받은 경우에는 자격 제한이 필요하다"며 "다만 의료과실로 의사 면허를 일률적으로 박탈하면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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