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핵심 외교·안보라인 겨눈 감사원…檢 윗선 수사 어디까지

서훈·서욱·박지원·이인영·김홍희 등 20명 검찰 수사 의뢰

文 전 대통령 '3시간 미스터리' 못 풀어…檢, 이르면 이달 말 결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국방부·국가안보실·통일부·해경·국정원의 조직적 은폐·왜곡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씨를 구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자진 월북'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개입된 바는 없는지 끝내 밝혀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르면 이달 말 서해 피격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으로 수사의 날을 뻗칠지 주목된다.

◇안보실, 초동조치 미흡…'자진 월북' 결론 끼워맞추기 전방위 지시

감사원은 당시 충분한 증거가 없는데도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보고 국방부가 그렇게 발표한 것에도 안보실이 깊이 개입돼 있다고 봤다.

안보실은 이씨의 슬리퍼가 배(무궁화 10호) 위에 놓여 있었고 이씨가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국방부에 최초로 '자진 월북' 내용을 언급하도록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또한 월북 여부에 대한 해경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9월24일 국방부에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지시, 해경에는 이씨의 가정불화 내용을 포함해 언론 브리핑할 것을 제시했다.

즉 국방부·통일부 등이 해경 수사 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인 2020년 9월 말부터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답변한 데에는 안보실의 지침이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은 사건 발생시 안보실의 초동대처도 전반적으로 미비했다고 봤는데 특히 서훈 당시 안보실장을 적시, 9월22일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지 2시간 여만인 1930분쯤 퇴근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안보실 지시 따라 첩보문서 무단 삭제

감사원은 국방부가 첩보문서 삭제, '자진 월북' 발표 등 철저하게 안보실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고 봤다.

안보실은 이씨의 피살·소각 첩보를 전해받았지만 추가 첩보를 확인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라'고 국방부·통일부·국정원 등에 지시했다. 그러자 서욱 당시 장관은 23일 새벽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60건) 삭제를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적시했다.

◇통일부, 이씨 사건 최초 인지 시점 왜곡해 자료 제출

감사원은 통일부도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고 봤다. 22일 18시쯤 이씨 발견정황을 전달받고 통일부는 송환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2시쯤 국정원이 '추가 상황 파악 어렵다'고 밝히자 상황을 종료했다.

이인영 당시 장관은 24일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통일부가 이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22일 18시가 아닌, 이씨 피살 이후이자 이 장관이 최초로 인지한 시점 23일 1시로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통일부가 이같은 사항을 기재한 자료를 국회와 언론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46건 첩보자료 무단 삭제

감사원은 서욱 전 장관처럼 박 전 원장도 첩보 문서 무단 삭제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봤다. 국정원이 9월23일 안보실 지침에 따라 첩보보고서 등 총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거쳐 지난 7월 박지원 당시 원장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해경, 3차례 중간발표서 증거 은폐·실험 왜곡

감사원은 '해경의 수사 및 결과 발표 과정'이라는 별도의 목차를 만들어 세 차례의 해경 중간 발표에서 있었던 위법 소지를 조목조목 적었다. '자진 월북' 결론에 맞추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언급하거나 기존 증거를 은폐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했다는 게 감사원 결론이다.

해경은 2차 발표를 앞두고 표류예측과 더미실험, 수영실험을 진행했다.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이씨가 자연 표류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 노력으로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이같은 실험 결과도 왜곡한 것으로 감사원은 봤다.

◇文 전 대통령 '3시간 미스터리' 못 푼 감사원…검찰 수사 뻗칠까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른바 '3시간 미스터리'는 풀어내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9월22일 1836분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보고받았는데 2140분 이씨가 피살·소각될 때까지 3시간동안 어떤 조치를 취하고 지시했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질의서를 송부하려했지만 거절당한 것이 한계로 작용했다.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이씨의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대남전통문을 보낸 뒤 문 전 대통령이 "국방부가 시신 소각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전부다.

결국 검찰이 사건 조작·은폐에 문 전 대통령의 관여·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검찰은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청장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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