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황건적 보호법'?…노동법 개정안 살펴보니

하청·특고노동자 노동권 인정, '폭력·파괴' 외 손배청구 제한

野 "노조법 개정 없이 노동자 생존권 보장 못해…정리해고도 포함해야"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쟁의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이 정치권과 재계·노동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랑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의 성금을 넣어 전달한 것에서 비롯됐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은 '노동3권'을 보장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지만, 여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며 막아서고 있다.


◇하청·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로, '폭력·파괴'외 손배제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노동자·노동쟁의 관련 2조와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3조 개정이 골자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정의당·민주당 의원 56명이 15일 공동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보면, 2조에서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에 한정돼있던 '노동쟁의'에 정리해고를 포함시키는 등 범위를 확대했다.


3조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구체적으로 정했다. 기존에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나 노조의 쟁의행위로 손해 입은 경우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경우에는 개별 근로자에게 손배청구를 할 수 없게 했으며, 손해배상액도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가 지난달 31일 대표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발의된 6건의 법안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22대 민생입법으로 채택,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왼쪽 두 번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고용승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손해배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22.9.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與 "불법파업 조장"에 野 "노동자 생존권·파업권 보호"


그러나 여당과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을 '황건적 보호법'이라고 비판했으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국회에 우려를 전했다. 황건적은 중국 후한 말기 반란을 일으킨 도적무리로 권 원내대표는 노동조합을 도적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 없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지난 6월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건조 중인 선박을 51일간 점거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법으로 보장되지 않아서다. 


이 의원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원청기업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냐"며 "기업들은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심지어는 노조 파괴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손배·가압류 소송으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를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쌍용차 노동자 30여 명이 소중한 삶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도 "최근 유채환 부지회장이 0.3평 사제감옥에 본인 몸을 가둬서 시민들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삶, 15년 근속자 월급명세서 찍힌 돈이 207만원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 파업은 불법 파업이라고 법원에서 판정도 받지 않았다"며 "그런데 손배 청구는 사용자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늘 뒤에 숨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법 2,3조 개정이 안 되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기본권이 보장될 수 없다 것에 대해서 많은 의원들 공감대를 형성됐다"며 "특히 지금처럼 비정형,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가 많이 참여하는 사회적 시대상을 담지 못하는 노조법이라는 공감대는 국민의힘 의원과도 끌어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은 그간 근로조건 외의 쟁의활동에 대해서 불법으로 규정해온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한 정리해고다. 


2009년 쌍용차 노조는 대규모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해 회사로부터 50억원대 손배소를 청 13년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리해고는 노동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생존 문제"라며 "정리해고가 쟁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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