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피싱 막고 걸음수까지 체크"…보안업계 '폰 돌봄' 경쟁

고령층 스마트폰 보급률 늘지만 보안 역량 '최하'

에스원·SK쉴더스 '피싱 예방·안부 파악' 앱 제공

 

#40대 중반 여성 서모씨는 지난 10일 추석을 맞아 고향집을 다녀온 뒤 마음이 불편했다. 연로한 부모님이 종일 효도폰으로 트로트 영상만 봤기 때문이다. 서씨는 혹여나 부모님이 피싱 사기를 당하거나 아플까봐 걱정이 크다.

고령층의 안전한 모바일 생활과 돌봄을 돕고자 보안업계가 팔을 걷고 나섰다. 부모님과 늘 함께 할 수 없는 자녀들의 걱정을 덜고 또 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원·SK쉴더스 등 국내 대표 보안업체는 각자의 보안역량을 녹인 모바일 보안 앱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모님 위치추적, 움직임 여부 확인과 같은 돌봄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에스원 알뜰폰(MVNO) 브랜드 '안심 모바일'의 기본 제공앱 (에스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그룹 보안기업 에스원은 알뜰폰(MVNO) 서비스 '안심 모바일'로 자녀들의 원격 돌봄을 지원한다. 알뜰폰 고객·보호자에게 제공되는 '안심모바일 안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이 앱은 △위급상황시 에스원 요원 긴급출동(유료) △부모님 위치 조회 △기상시간 알림 △휴대폰이 장시간 꺼질 경우 알림을 지원한다. 

지난해는 KT 계열사 후후앤컴퍼니와 손잡고 보이스피싱 예방 전용 요금제를 선보였다. 가입 고객에게는 발신번호를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해주는 '에스원 안심모바일-후후 전용앱'을 제공했다.

앱은 택배를 사칭한 문자로 악성 앱(.apk) 설치를 유도하는 스미싱도 실시간 탐지한다.

 SK쉴더스 모바일 백신 앱 '모바일 가드' (SK쉴더스 제공) 


SK그룹 보안업체 SK쉴더스는 모바일 백신 앱 '모바일 가드'를 통해 모바일 돌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부모님의 걸음수까지 알려주는 '가족 케어' 서비스를 구독 형태(월 1000원)로 선보였다.

△악성 앱·스미싱 탐지때 푸시 알림 △가족 활동 감지 △위치 알림 △가족 운동 모니터링(걸음수를 기록해 그래프 분석) 기능이 특징이다. 

 라온화이트햇 '스마트 안티피싱' 앱의 '돌봄이 기능. 2022.09.11. 오현주 기자


자녀가 부모님 폰에서 보이스 피싱 시도가 감지되면 차단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라온시큐어 자회사 라온화이트햇이 7월 출시한 보이스피싱 방지 앱 '스마트 안티피싱' 속 '돌봄이' 기능을 통해서다.

최근 들어 보안업계가 고령층의 '모바일 보안'에 집중하는 것은 고령층의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지만, 보안 관련 역량이 떨어지는 모순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 조사에서 고령층의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중에서 악성코드 관리 분야가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31.5%)만 모바일 악성코드 검사·치료를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고령층 부모님을 둔 자녀들은 이제 '보안 솔루션'을 안 먹어도 상관없는 '과자'가 아니라 안 먹으면 안 되는 '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제로 트러스트(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뜻) 시대에서는 노년층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안부 확인·걸음수 지원 같은 돌봄 기능도 지원하는 이유는 일종의 '록인'(Lock-in, 고객을 장기간 붙들어놓는 것) 전략으로 분석된다.

'돌봄'은 장기간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라 보안 앱과 결합되면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편리해 이들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안업체들이 돌봄 서비스로 고령의 가족들을 핵심 고객층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며 "카카오톡처럼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계의 '슈퍼앱'을 지향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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