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러다 마을 없어지는 건 아닌지"…명절에 더 쓸쓸한 지방 소도시

경주-포항 사이 안강읍…인구는 절반 줄고 학교 학급은 5분의1로

친척 모여도 아이 적어…청장년이 차례 지내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 거리가 휑하고 노령화가 심해 마을이 곧 없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안강시장은 1923년 생겨났으니 올해로 100년째다. 옛날에는 명절 때마다 포항, 경주, 영천 등에서 인파가 몰려 북적거렸지만 요즘은 명절이 돼도 한산하기만 하다. 옛날 방식 가마솥 통닭을 사려는 손님은 어느 정도 있지만 좌판을 깔고 나물과 과일을 파는 할머니들은 손님이 적어 쓸쓸하게 부채질만 해댔다. 

코로나19로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감소한 탓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일을 찾아 도시로 나가 노령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것은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 

1990년대에는 한 학년에 10개 넘는 반이 있었던 이 지역 초등학교는 이제 한 학년에 2개반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즐길만한 놀거리도 부족하고 그마저 있던 PC방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명절 연휴면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했던 거리는 요즘 한산하기만 하다. 부모 세대와 달리 결혼하지 않는 청년이 늘면서 아이는 귀한 존재가 됐다.  

이웃 포항에 일터를 가진 주민이 많아 이번 수해 여파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력이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다. 

40대 A씨는 "사촌 등 20여명이 모였는데 어린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다른 집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금의 청장년이 차례를 지내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다른 주민 B씨는 "생업에 바빠 가족 얼굴만 보고 바로 일터로 떠난다"며 "일 년에 한두번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꽉 막힌 고속도로 왕복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안타까워했다.

포항과 경주 사이에 위치한 안강읍은 한때 인구가 5만여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2만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적고 교육환경마저 열악하기 때문이겠지만 유서깊은 농촌마을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과거인파가 북적였던 경북 경주시 안강시장의 한산한 모습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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