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수원복 시행하지만…헌재 판단·수사준칙 개정 남았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과 이에 대응한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이 10일부터 시행됐다.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검찰이 할 수 있는 수사는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제한됐으나, 시행령을 통해 수사가능 범죄의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해 죄목을 추가하는 방안으로 '법안을 시행령이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검수완박·검수원복 시행에 맞춰 예규를 제정한 검찰은 향후 마련될 검경 수사준칙 개정으로 수사권 범위를 넓히는 한편,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으로 검수완박 입법 자체를 무력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검수완박·검수원복 동시 시행…달라지는 점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줄어들었다.


다만 당초 2대 범죄 '중'으로 제한한 취지와 달리,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엔 2대 범죄 '등'이란 표현으로 수정하며 수사범위 확장 여지를 남겼다. '중'이란 표현으로 수사가능 범죄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 '등'이란 예시적 의미로 법안 해석에 따라 수사범위 확장 여지를 남긴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에 맞서 수사범위를 다시 확대하는 내용을 검토해온 법무부는 축소한 수사범위를 상당 부분 원상복구하는 시행령을 마련했다. "정부가 범죄대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에 강하게 반박하면서다.


일례로 공직자범죄로 규정된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선거범죄에 포함된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재분류해 사실상 검찰이 공직·선거범죄 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방위사업범죄 △마약·조직범죄는 경제범죄로 재분류해 검찰 수사개시 범위를 넓혔다. 조직범죄엔 조폭,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도 포함된다.


또 '사법질서 저해범죄'의 대상으로 무고·위증죄를 포함해 검찰의 인지수사 범위를 넓혔고 5·18특별법·국가인권위원회법·공정거래법 등 검찰 고발을 명시한 개별 법률에서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범죄'로 규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무분별 별건수사 가능성…고발인 이의신청 없어 진술권 침해 우려도


시행령 최종안엔 검찰청법이 명시한 '직접 관련성' 요건(제3조)이 삭제됐다.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도중 별건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조항을 삭제한다는 취지다. 당초 법무부는 '직접 관련성' 부분을 구체화하는 방향을 검토하다가 아예 삭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범죄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조항만 존재하고, '직접 관련성' 범위는 정해진 바가 없게 됐다.


법무부는 "범죄대응 공백, 검경간 떠넘기기로 인한 수사 지연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며 "검사의 즉각 수사를 통해 하나의 절차에서 신속한 종결이 가능한 사건까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이송할 수밖에 없어 부당한 절차지연과 무익한 수사중복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분별한 검사의 '별건수사'를 막는 장치가 해제된 셈이라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시행령으로 수사범위를 일부 복구했으나, 이외 사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찰로 넘겨야 해 '수사공백' 우려를 표한다. 특히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문제도 주요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전에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해 검찰 수사에서 다시 판단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고발인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 통지한 사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돼 법률상 규정된 항고권, 재정신청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내부고발 등 공익신고 사건에 있어 국민의 재판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수사·기소검사를 분리해야 하는데, 검찰은 우선 예규를 제정해 대응한 상태다. 다만 수사를 담당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해야 하는게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과, '기소 역할'을 담당할 검사를 빼야 해 인력이 부족한 곳의 경우 업무 과부화가 생길 우려도 나온다.


◇직접 보완수사 확대 '수사 준칙 개정', 권한쟁의심판 남아


검수완박·검수원복 시행 이후에도 '검경 수사준칙 개정안'을 마련해야 해 검경간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검경협의체는 경찰이 처리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할 수 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일례로 현재 수사준칙상 검찰은 경찰이 송치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협의체에선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안착되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보완수사에 나설 경우 직접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이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상호 합의가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된 기관에서 보완수사를 진행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의견도 법무부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서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검경간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법재판소가 가리는 절차다.


법무부는 법안의 입법과정이 헌법에 어긋나고 법률 내용도 검찰의 수사권과 공소기능을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이에 대한 변론기일은 오는 27일 처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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