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부모님께 용돈"…고환율·짧은 추석연휴로 해외여행 포기

역대급 환율에 여행경비 부담…연휴도 짧아 여행 포기

국내여행으로 바꾸거나 친구들과 호캉스 계획도

 

"코로나도 풀려서 해외여행 가려고 했는데 이번엔 안 되겠네요."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려던 직장인 정모씨(41)는 얼마 전 국내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환율이 너무 올라 여행비용이 2배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큰맘 먹고 아이들이랑 아내랑 다 같이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며 "눈물을 머금고 제주도라도 가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 연휴간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해외 입국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의무화가 폐지됐지만 달러·원 환율이 1380원을 돌파해 여행경비 부담이 커지거나 연휴기간이 짧아 해외여행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8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80.8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에 여행객들은 코로나19 부담이 낮아졌음에도 해외여행을 취소하거나 미루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이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추석연휴 국내외 여행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118명 중 오직 382명(9%)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1699명(41%)은 국내여행을, 786명(19%)이 고향 또는 가족, 친지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으로 여행을 계획하던 직장인 한모씨(29)는 "이제 귀국할 때 코로나 검사도 안 한다고 해서 돈이 덜 들겠다고 생각했는데 환율을 보고 포기했다"며 "대충 계산해보니까 계획했던 비용에서 50%가 더 늘어서 그냥 한국에 남아서 가족들 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미국에 친척이 있다는 김모씨(34)는 "친척 집에 있으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도 물가랑 팁 같은 것들 생각하면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며 "이번엔 포기하고 연말이나 설에 가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괌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임모씨(32)는 "결혼에도 돈이 정말 많이 나갔는데 환율 때문에 여행갈 엄두가 안 난다"며 "결국 마음이 불편해 예약확정 못하고 다음에 가기로 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연휴기간이 짧아 해외여행이 망설여진다는 반응도 있다. 5일이었던 지난해 추석연휴와 달리 올해는 주말을 끼고 있어 대체 휴무일을 포함해도 4일뿐이다.

태국으로 여행을 계획하던 직장인 전모씨(30)는 "연휴가 그렇게 길지 않아서 가까운 데라도 가려고 했는데 그냥 다음에 길게 가려고 한다"며 "태국 갈 돈으로 부모님 용돈이나 좀 더 드리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국내여행이나 '호캉스'(호텔+바캉스)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박모씨(25)는 "추석이 짧기는 하지만 이대로 보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친구들이랑 호캉스라도 가기로 했다"며 "여행하는 느낌도 내고 푹 쉬고 오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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