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부여 잡고 통곡한 유가족…포항 침수 아파트 희생자 눈물의 발인

'엄마 껌딱지' 14세 김모군 등 가족과 이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폭우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발인이 오열과 통곡 속에 엄수됐다.


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엄마 껌딱지'라고 불릴 만큼 평소 어머니를 잘 따랐던 김모군(14)은 침수 당시 몸이 아픈 어머니 김모씨(52)를 돕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따라 갔다 소방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약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김군 발인식에 참석한 유족과 교회 신자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김군을 떠나보내기 바로 전 그가 잠들어 있는 관 앞에서 약 20여분 정도 예배를 가진 뒤 국화를 관 위에 올렸다. 옆 방에서는 성당 신자들도 미사를 드리며 김군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전날 김군의 입관이 시작된지 10여분 후 어머니 김씨는 들것에 누운 채로 앰뷸런스에 실려갔지만, 이날은 아들을 화장터로 보내기 위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지켰다.  


김군의 관을 운구차에 실은 뒤 김씨는 한손으로 남편의 부축을 받고 다른 한손으로는 장의차 손잡이를 잡으며 장의차에 올라갔다. 그러나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김씨는 이내 장의차에서 내려 여자화장실로 갔다.


김군의 아버지는 여자화장실 세면대에 한손을 디디며 고개를 떨군 채 김씨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이날 김군을 포함해 다른 희생자 4명의 발인식도 진행됐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가기 전 '곧 단수가 될 것 같다'며 샤워를 하고 신발장에 있던 새신발을 꺼내신고 내려갔다 숨진 채 돌아온 홍모씨(52).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20여년 동안 혼자 어머니를 모신 채 살아온 아들이다.


이날 홍씨의 어머니는 "아이고...아이고..."를 연신 외치며 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기 전까지 부여잡고 통곡했다.


평생 일만 하다 함께 세상을 떠난 남모씨(71)와 그의 부인 권모씨(65).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도 권씨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씨는 인근 공단에서 굴착기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지냈다.


이들은 손자와 손녀들이 자주 집에 찾아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앞두고 있었으나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전날에는 또 다른 희생자 허모씨(54)와 주모씨(66)가 발인을 마쳤다.


태풍이 포항지역에 물벼락을 몰고 온 지난 6일 오전 7시41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잇따라 접수됐고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침수된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로 차량 11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곳이다.


배수작업을 마친 소방당국이 확인한 결과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66대와 오토바이 20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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