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포기 1만3천원, 매일 오르니"…애꿎은 화풀이에 상인도 울상

채소류 가격 2배가까이 올라…"올 때마다 올라요"

가게 주인들도 울상…"물가 비싸니 손님들 안와"

 

"오이는 하나에 1000원, 애호박은 3000원입니다." "예?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선 주인과 손님 사이에 이런 실랑이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에 주인과 손님들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남대문시장에 일주일에 3~4번씩 온다는 안미옥씨(57·여)는 양손 가득 구입한 식재료들을 들고 있었지만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배추, 무, 오이, 호박, 시금치 등 이날 구입한 채소 가격이 대부분 2배씩 올랐기 때문이다.

안씨는 "배추 한망에 3개인데 3만8000원에 팔리고 있다"며 "원래 비싸봐야 2만원이었다"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주당 3~4회씩 오는데 시장 올 때마다 1000~2000원씩 오른다"며 "내일은 대목이니까 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70대 김모씨(여) 역시 "과일도 채소도 생선도 1.5배씩은 오른 거 같다"며 "물가 때문인지 대목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채소를 구입했다는 70대 박모씨(여)는 가격이 믿기지 않는 듯 영수증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박씨는 "영수증을 보고 주인아저씨에게 가격을 다시 확인했다"며 "전반적으로 다 올랐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70대 여성 역시 "배춧값이 너무 올라서 그냥 김치도 안 먹는다"고 말했다.

같은시간 마포구 망원시장에서도 역시 손님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마포구 주민 김원희씨는 "깻잎전이랑 호박전을 하려고 하는데 호박 하나에 2500원, 계란도 한판이 6000원이 넘어간다"며 "전집에서 사서 먹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한숨 쉬었다.

상인들 역시 근심이 커 보였다. 손님들이 값을 듣고 물건을 내려놓는 일이 반복되자 "올라부렀어, 이것도 오르고 저것도 오르고 다 올라부렀어"라고 혼잣말로 하소연하는 상점주인도 있었다.

생선을 파는 60대 양모씨(여)는 "대목이라고 해도 예전 명절보다 반의반도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심란해했다.

채소 가격이 오른 여파는 다른 물건을 파는 가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60대 강모씨는 "예전에 비해 가격이 다 올라서 너무 비싸다 보니 사람들이 애초에 돈 쓰러 시장에 오질 않는다"며 "내가 파는 품목을 안 올렸어도 다 같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13.57로 전년 동월(104.80)과 비교해 8.4% 올랐다. 지난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은 27.9% 급등하면서 2020년 9월(31.8%)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배추(78.0%), 호박(83.2%), 오이(69.2%), 파(48.9%), 포도(22.0%) 등 가격 상승세가 두드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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