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값 올리지 않는 대신 양 줄여"…전통시장 대목 특수는 옛말

코로나로 '간소한 명절' 문화…차례상 올라가는 제수 판매 확 줄어

부전시장 골목은 한산…단가 높은 가게, 가격 묻는 손님조차 없어

 

“고사리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였습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청과물 가게 상인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고물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리잡은 '간소한 명절' 문화에 추석 대목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이 상인은 “한 봉지에 3000원 하던 고사리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여서 팔고 있다”며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껴 잘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정육점 주인은 “7만5000원짜리 돼지고기를 5만원에 팔고 있는데도 예전 같지 않다”며 “손님들이 한번 구매할 때 망설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한 수산물 가게 앞이 한산하다. 2022.9.8/ © 뉴스1 이유진 기자 


부전시장에서 30년 넘게 수산물을 팔고 있는 양모씨(50대)는 “코로나19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가족끼리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생선 판매율이 3분의 1로 확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부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일부 정육점이나 청과물 가게에는 손님들의 대기줄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골목골목에 위치한 가게는 대체로 한산했다.

양씨는 “연휴 하루 전인데 이 정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며 “코로나19 전에는 사람들 사이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9.8/ © 뉴스1 이유진 기자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물건을 파는 가게 앞은 가격을 묻는 손님조차 없었다.

한우직판장 직원은 ‘양지머리 1만원부터’ ‘한우 국거리 있어요’라고 목청껏 외쳤지만 눈길을 주는 손님은 없었다.

이 직원은 “단가가 있다 보니 거의 손님이 없다”며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을 보러 온 시민 이모씨(50대)는 “코로나19 이후로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먹을 만큼만 음식을 차려 가족끼리 보내고 있다”며 “오늘도 고기나 과일을 조금씩만 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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