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주인이 대출이자 내준대"…깡통전세 빌라촌의 덫

빌라 신규계약 전세가율 '96%' 강서구 가보니

집값하락기 보증금 반환 사고땐 임차인 큰 피해

 

“전세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라 주변 빌라(연립·다세대) 물건을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업소에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어요. 보증금이 주변 매매가에 육박하는 신축 빌라 소유주가 보증금 때문에 임차인이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할 경우 이자를 대신 내준다는 제안을 했다는거예요.”(직장인 박모씨·39)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어 전세 계약 만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빌라의 신규 계약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6.7%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에서는 일부 집주인이 대출 알선·이자 지원 등으로 임차인을 유혹해 깡통전세 거래를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내집 마련이 어려운 데다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이 대상이다. 통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가격 하락기에 임차인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강서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일부는 ‘깡통전세’ 위험을 알면서도 중개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전세가율이 높은 신축 빌라를 추천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이 지역 빌라 투룸의 경우 신축과 구축 전세가 차가 5000만원 안팎인데 투기수요가 있어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다”며 “구축 빌라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이 어려워 신축 빌라로 선택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전세가율이 상당하다”며 “전세 물건은 깡통전세 위험 등 여러 이유로 현재 중개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 일부 지역 빌라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월세 임대차시장 정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기준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가율은 △신규 계약 84.5% △갱신 계약 77.5%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치구별 신규 계약 전세가율은 강서구가 9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금천구 92.8% △양천구 92.6% △관악구 89.7% △강동구 89.6% △구로구 89.5% 등의 순이었다. 또 자치구별 갱신 계약 전세가율은 △성북구 86.7% △동대문구 86.3% △금천구 86.1% △중구 85.1% △강동구 84.1%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 가격 하락에 따라 깡통전세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기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4279억원(20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6억원)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일부 신축 빌라는 전세가를 분양가에 맞춰 내놓고 있는데 소유주가 주변 공인중개업소와 함께 공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자 지원·전입신고 가능 등을 내세워 신축 빌라를 분양 또는 임대차 거래하기도 하는데 너무 좋은 조건은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깡통전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 시세 확인 등 임차인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특히 집이 경매에 넘어간 상황에서 배당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감정가가 낮아질 경우 임차인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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