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 뚫고 한강서 '낚시·술판'…잇단 실종에도 안전 '강건너 불'

바리케이드 넘고 수위 높은데도 물장구…"통제도 힘들어"

전문가들 "안전불감증 가장 큰 문제…실효성 대책도 필요"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와 낚시를 하더라고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만난 편의점주 A씨는 최근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얼마 전 폭우로 한강이 범람해 영업을 중단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러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A씨는 "바리케이드를 쳐 놔도 타고 넘어와서 낚시를 하는데 마음이 불편했다"고 혀를 찼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한강이 범람하고 한강공원에서 실종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가장 큰 핵심은 바로 개개인의 '안전불감증'이라고 꼬집었다.

◇ 통제선 넘고, 물 차오르는데 낚시도…한강 곳곳 위험한 모습들

24일 오전 찾은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는 지난 8~9일 서울에 내린 기록적 폭우의 흔적이 여전했다. 한강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된 철제펜스가 끊긴 곳이 여럿 있었고 한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미끄러운 진흙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아직 폭우의 피해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안전불감증은 곳곳에 나타났다. 몇몇 시민들은 한강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게 설치된 바리케이드나 통제선 틈새로 들어갔고 한강 바로 앞 계단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는 이용객도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 구모씨(29)는 "얼마 전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는데도 첨벙거리면서 노는 사람들을 봤다"며 "울타리도 없어 한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밑으로 뚝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간혹 술판까지 벌이는 시민들도 있다.

지난 21일과 15일에는 시민들이 한강에 빠져 실종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는데도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리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위험하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도 그걸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다"며 "일일이 막기도 힘들고 그럴 만한 인원도 부족하다"고 푸념했다.

◇ 전문가 "안전불감증이 가장 위험…'실효성 대책'도 필요"

전문가들도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이 실종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손원배 초당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내가 설마 사고를 당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이다"며 "아무리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리고 안전시설을 만들어도 개인이 자제할 능력이 없다면 사고를 막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아무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제해도 실시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 스스로 안전이 우려되는 부분을 피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사고예방과 원활한 수색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한강 접근이 쉬운 곳들도 많은데 이런 곳들은 실족 위험성이 높아 울타리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강은 수중 시야도 안 좋아 수색이 어렵고 위험해 수중수색전문 탐사기계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폐쇄회로(CC)TV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사각지대라는 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특정장소나 취약구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수색시간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교수는 "수변공간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위험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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