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되는 곳이 없네"…추석 할인쿠폰, 전통시장도 손님도 '외면'

다수가 '추석 할인쿠폰' 몰라…홍보 부족 지적도

"어려워서 포기했어요"…앱 활용 어려움 토로

 

"앱에서 추석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고? 아이고, 나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거 못 써. 자식들도 바빠서 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지."(65세 주부 최모씨)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650억원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풀었지만 까다로운 사용 방법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분위기다.

소비자 대부분이 추석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고 있더라도 "사용법이 까다로워 포기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어렵게 쿠폰을 받아왔지만 '제로페이 결제가 안 된다'는 상인의 말에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 "추석 할인쿠폰, 그게 뭔데요?"…대목 앞두고 홍보 '태부족'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은 장을 보러온 소비자들로 북적였지만, 추석 할인쿠폰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열명 중 한두명에 불과했다. 상인들 절반은 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쓰겠다는 손님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는 9월12일까지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쿠폰을 이용해 대형마트·온라인몰·전통시장에서 20~30% 할인을 받아 농축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회원에 한해 구매 시 계산대에서 자동으로 할인이 적용되지만, 전통시장에서 할인을 받으려면 비플제로페이앱으로 '농할상품권'을 할인가에 구매해야 한다. 1인당 10만원까지 상품권을 30% 할인가에 살 수 있으며, 사용처도 전국 상인연합회가 지정한 시장 상점으로 한정돼 있다. 

시장 내 떡집 앞에서 만난 주부 최모씨(65)에 추석 할인쿠폰 발행과 농할상품권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그런 게 있냐. 잘 모르겠다"며 "쓸 의향은 있지만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쓰기가 힘들어 보인다. 자식들한테 해달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냥 안 하고 말겠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윤모씨(65)는 "아직까지는 (쿠폰 발행) 효과가 없다"며 "지금이 원래 휴가철이 지나고 장사가 안되는 시기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채소가게 사장 이모씨(70)도 "아직까지는 (농할상품권을) 쓰겠다는 손님이 없었다"고 했다.

◇ "아들이 받아줬어요"…농할상품권 받기 쉽지 않네

어렵게 농할상품권을 구매해왔지만 결제를 거절당한 소비자도 있었다. 

남성사계시장 수산물 가게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58)는 "지금 막 제로페이(농할상품권)를 쓰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한다"며 "가맹점에서만 된다고 한다. 앱으로 가맹점을 찾아서 왔는데 찾기도 정말 어려웠다. 되는 곳 안 되는 곳을 따져가며 장을 보려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농할상품권 구매법이 까다로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10만원짜리를 7만원에 판다고 해서 사려고 했는데 결국 못 해서 아들이 해줬다"며 "구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정주부일 텐데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시장에 홍보·안내 전단 같은 것을 붙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결국 수산물 가게에서 농할상품권 사용에 실패한 김씨는 정육점에서 국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50대 주부 김모씨는 "사려면 인증받아야 하는 것도 많고 구매도 선착순이어서 살 수가 없다. 어려워서 애들한테 부탁했는데 안 해주더라"며 "다음 주(29일)에 또 판매한다고 해서 그때는 다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시장에 있는 반찬가게 사장 김모씨(59)는 "농할상품권 사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더라"며 "어제는 (앱) 서버가 다운됐다고 하는 손님이 있더라. 오후 2시에 들어갔는데 대기시간이 5분이라는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달에는 다르겠죠"…홍보·발행 확대 기대감도

시장 상인들은 9월 추석 대목 장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정부에 할인대전에 대한 홍보 강화를 주문했다.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김모씨는 "이번 주까지는 물가상승이니 폭염이니 해서 여러모로 장사가 안 되는 주간이다. 다음주부터 추석 장을 보는 고객들이 오기 시작한다"며 "다음주에도 또 농할상품권을 판매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모아서 오는 고객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정모씨는 "혜택이 어떻고 규모가 어떻니 해도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해주면 좋다. 당장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지만 차차 생기지 않겠냐"고 전했다. 정씨는 "코로나 등으로 (전통)시장이 많이 어렵다. 추석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세일 행사 등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행사를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여기에(시장) 전단을 붙이거나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오늘 (추석 할인쿠폰) 이야기를 들었으니 가서 찾아보고 해보겠다"고 했다.

소상공인 협단체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사용하는 부분은 (대형마트처럼) 계산 시 자동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게 사실이다"며 "해당 사업을 소상공인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면 1500여개 전통시장과 연계해 불편한 점을 해소하고 소비자도 편리하게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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