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넌 이준석, 尹대통령 맞서 '독자노선' 간다

尹 '절대자·신군부' 빗대며 대립각…화해 가능성엔 "시기 지났다"

자필 탄원서 제출하고 플랫폼 준비…'피해자 이미지'로 세력 구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측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도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황제', '절대자', '신군부'(新軍部)로, 자신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노예 검투사 '막시무스'에 비유했다. 거대 권력에 항거하는 '피해자 이미지'로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선 모습이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심리 중인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에 A4 네 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서 당의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절대자가 사태를 주도했다"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 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배후설'도 주장했다. 그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 및 경찰 수사 절차 정리, 대통령 특사 중재 등을 제안받았다"며 "저에게 징계 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面)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고, 대통령을 정치 투쟁의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존까지 윤 대통령과 친윤세력을 분리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집중 비판했지만, 칼날의 초점을 윤 대통령으로 재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22일) MBN '판도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전혀 신뢰 관계가 없다"며 "울산에서 불고기 한 번 먹었으면 됐고, 의총장에서 따봉 한 번 했으면 됐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다 알지 않나"고 했다. 두 사람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극한 갈등을 빚다가 두 차례 화해했지만, '세 번째 화해'는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2022.8.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자처하는 배경에는 '독자 세력 구축'이라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고, 보수정당의 혁신을 주도했지만 최고 권력자에 의해 축출당한 '피해자 이미지'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해석이다. 윤핵관을 '구태세력'으로, 자신을 '혁신세력'으로 치환하는 그의 언어는 2030세대 결집을 추동해왔다.

그는 탄원서에 "저는 정치에서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혹여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제 뒤를 잇는 후배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했으면 좋겠고, 비슷한 무리수를 두면서 권력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결국 바로잡힌다는 경종이 울리길 바란다"고 썼다.

MBN 인터뷰에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면 자기를 완전히 노예로 만들었던, 원래 장군 출신인데 노예 검투사로 만들었던 황제에게 복수하기 위해 밑바닥부터 올라가는데, 결국에는 대중의 인기를 받고 황제와 겨루게 된다"며 "그때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한번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타협하겠나'라는 질문에 "누가 저에게 전당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서 타협하자면서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하면 11월쯤 뭐가 쑥 나타나서 옆구리 한번 푹 찌르고 시작할 것이다. 전당대회에 나가는 것이 의미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투쟁의 대상을 대통령으로 삼은 것은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겠다, 나의 세력을 키우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겠나"며 "승장(承漿)이었다가 내쫒겨난 모양새가 됐으니 '피해자 이미지'로 기반을 넓히려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각을 세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를 방증하듯 이 전 대표는 2030세대 결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발간한다. 또 비슷한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의 '당원 소통 공간'을 개설할 예정이다.

'2030세대 소통 플랫폼'은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방법 중 하나다. 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내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2040세대 커뮤니티형 정치참여 플랫폼 '청년의 꿈'을 개설했다. 청년의 꿈은 개설 사흘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하고, 동시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폭주하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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