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감축법' 발등에 떨어진 불…정부 공급망 다변화 잰걸음

산업부, 호주와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서 공급망 협력 논의할 듯

한자연 "자원 빈국 우리나라…FTA 협정국과 공급협력 강화해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에 국내 자동차 수출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안은 미국이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자국 생산 차량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공급된 핵심광물로 제조한 차량에만 한정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했지만, 자원 빈국인 탓에 다른 협정국과의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정부는 호주와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정부, 에너지자원 공급망 다변화 노력 '잰걸음'

© News1 DB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주 중 호주와 에너지자원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31차 한-호주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가 열린다.

이번 현안에 따라 급조된 회의는 아니지만, 관련 논의도 빠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 1980년부터 회의를 이어오고 있는데 두 나라 간 에너지와 자원분야 협력을 목적으로 추진 중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한 이후 정부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위한 논의 여부까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은 미 정부가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자국 생산 차량이나, FTA 협정국에서 수입한 핵심광물을 이용 제조·생산한 차량에만 한정해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미 FTA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FTA 협정국으로, 해당 법에서 제외대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으로 국내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협정국이면서도 지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다.

공급망 다변화 대응 외에 미국과의 직접적인 외교 협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한국산 전기차를 북미산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즉시 착수해 달라"며 "중국정부에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을 요구하든지, 아니면 중국산 전기차 지급 보조금을 폐지하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차는 대당 7500불, 한화로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매년 10만대의 수출이 막힐 우려가 있고,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에 어려움이 처하고 관련 부품 업체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위한 동맹국 확보를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IPEF)를 추진 중인데, 한국과 같은 유력한 후보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IPEF 비전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뭐길래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의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및 과학법'은 대 중국과의 관련 산업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물론 철저히 자국 우선주의로 점철된 보호 무역주의 성격의 규제이니 만큼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미국과 FTA 등 우호협정을 맺지 않은 상대국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인플레 감축법의 표면적인 제정 배경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까지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한화 약 489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북미산 전기차 중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의 비율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해 준다.

이 조건에 따르면 내년 약 987만원의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당장 인플레 감축법 발효와 동시에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EV6, 코나EV, GV60, 니로EV 등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전량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시 쓰이는 광물 또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산업동향보고서에서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양면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자연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기차 핵심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급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있으면서 핵심광물 생산국인 호주, 캐나다, 칠레, 인도네시아와 광물 공급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지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중국과의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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