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電이 '9조' 주고 산 하만…실적 둔화·점유율 하락에 '속앓이'

디지털 콕핏 점유율 3년째↓…영업이익도 후퇴

다이어트만으론 수익성 한계…추가 M&A 주목

 

삼성전자의 오디오·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자회사인 하만이 시장점유율 하락과 실적 둔화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생산 효율화를 위한 해외법인 정리 작업 등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만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진두지휘한 첫 대형 인수·합병(M&A) 건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인수한지 만 5년이 지났음에도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21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만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디지털 콕핏 시장에서 점유율 24.8%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2020년 27.5%에서 지난해 25.3%로 하락한데 이어 3년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전장 부품으로 하만의 주요 생산 제품이다.

하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5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하만 실적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5991억원)과 비슷하거나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콕핏의 생산실적은 395만2000대로 지난 2년(2020년 238만6000대·2021년 342만6000대)과 비교해 꾸준히 늘었지만 이와 비례하는 수익은 내지 못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류난 등에 따른 원가 비용 급증이 수익성 후퇴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SOC(시스템온칩), 자동차용 메모리 등을 비롯한 하만의 총 원재료 매입 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2조8710억원에서 올해 3조6123억원으로 8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삼성은 2017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라는 거금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전 세계에 걸친 110여개 자회사와 관계사를 종속법인으로 편입했다. 이후 디지털 믹싱 계열사 '스튜더(Studer)', 오디오 이펙터 제조 브랜드인 '디지텍/DOD'을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를 이어왔다. 

그러나 수익성과 점유율 면에서 모두 고전하면서 '사업 다이어트'만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합병 직전인 2016년 영업이익(6800억원)을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다.

업계에선 돌파구를 찾기 위한 추가 M&A 여부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하만을 통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하며 M&A를 통한 사업 확대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전장사업 뿐만 아니라 전장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도 삼성의 유력 M&A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 6월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통해 하만 근거지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하만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도입했고 비용을 절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향후 재투자를 통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통해 하만 근거지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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