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이 여긴 왜?"…연차 내고 졸업식 참석한 올드보이들 "학사모 좀"

대면 졸업식 3년 만에 재개…"학사모 꼭 날려보고 싶었어요"

'온라인 사전예약' 몰라 발동동 구르기도…"이제야 졸업한 기분"

 

"직장 생활 2년 만에 졸업가운 입어보게 되네요. 학사모 날리는 사진 하나 쯤은 남겨보고 싶었어요"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성윤(29)씨는 동생이 졸업식을 한다는 사실에 부리나케 연차를 내고 새벽부터 서울행 기차에 올라탔다. 정씨는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 혼자 사진관에 가 사진촬영 조차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년 만에 재개된 대면 졸업식에 이미 졸업한 지 2~3년 지난 올드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번들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지난 19일 오전에 찾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에는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로 북적였다. 한국외대는 졸업식에 단과 대학별 대표자 1인과 동반가족 1인만 참석할 수 있었지만,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캠퍼스에 설치된 포토존에는 아침부터 수십미터(m) 길이의 줄이 늘어져 있었다.

늦게라도 졸업식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학교를 찾은 졸업생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20년 8월 한국외대를 졸업한 직장인 임모씨(27)는 이날 오전 과 동기들과 학교 정문에서 모이기로 했다. 학위복과 학사모를 빌려 기념 촬영을 하고, 인근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서다. 

임씨는 "동기들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 당시 제대로 모이지도 못했다"며 "잃어버린 대학생활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야 졸업한 기분이 난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포토존에서 만난 한국외대 졸업생 정씨는 "2년 전 졸업식에는 사람이 없어서 썰렁한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는 학교 입구에서 꽃도 팔아서 졸업식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며 "아침부터 부산에서 올라오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정씨는 졸업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하반기 졸업을 하는 동생과 함께 사진촬영을 위해 학교를 다시 찾았다.

다만 수년 전 졸업을 한 직장인 중 일부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학위복을 예약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학교 측에서는 하반기 학위수여식 일주일 전부터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까지 보증금을 받고, 온라인으로 학위복 및 학사모 대여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졸업 예정자와 그 해 졸업자에게만 학위복과 학사모를 빌려주기 때문에 옷을 구하지 못한 졸업생들은 후배들의 신세를 져야했다. 전날 한양대학교 졸업식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32)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학위복을 예약해야 하는데 다들 잘 몰라서 빌리지 못했다. 동아리 후배가 빌려줘서 운동장에서 사진을 겨우 찍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학위복을 빌려주기 때문에 늦게 학교를 찾은 직장인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프리랜서 정모씨(28)도 "친구들과 '자체 졸업식'을 하기 위해 친구 3명과 오후 7시쯤 학교를 찾았지만 이미 반납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학사모를 쓴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며 "졸업식 풍경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교는 올해 하반기 학위수여식부터는 대면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29일 열리는 서울대학교 하계 학위 수여식의 경우 지난 2020~2021년 졸업생들도 참석이 가능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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