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기준액·안전진단 비중 현실화…말많은 조합도 '확' 바꾼다[8·16대책 톺아보기]

9월 재초환 개편안 발표 후 본격 추진…여소야대 국회가 관건

안전진단 평가, 구조안정성 비중 낮춘다…주거환경·설비노후도는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각종 규제 문턱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규제는 아니지만 사업 과정에서 걸림돌이 된 고질적인 문제에도 메스를 든다. 국회 입법 과정이 가장 큰 관문으로, 하반기 국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재초환 면제금액 상향 등 현실화…안전진단 비중도 조정

정부는 지난 16일 270만가구 주택공급계획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및 안전진단 규제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초환은 재건축 완료 후 예상되는 초과이익의 10~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 2006년 도입됐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세금이라는 반발 등으로 시행이 유예됐고, 올해부터 첫 부과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부담금 산정 시 적용되는 면제금액, 부과율 구간 등 여러 기준이 2006년 도입 당시에 머물러 있는 점이다. 그 사이 오른 집값을 반영하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막대한 부담금이 책정된다. 서울 재건축 사업 중 부담금이 가장 높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가구당 7억7000만원에 달한다. 수원 영통2구역, 대전 용문동 재건축은 1인당 부담금이 3억원에 가깝다. 

이에 정부는 오는 9월 발표된 재초환 개편안에서 면제금액 및 부과율 구간을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1인당 평균이익 하한액을 현행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1억원 초과~22000만원 초과' 사이로 조정하는 등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장기 보유 중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하고,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분양 기부채납분은 부담금 산정 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평가도 항목 비중 조정에 들어간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의 항목별 비중은 △주거환경(15%)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25%) △구조안전성(50%) △비용분석(10%)이다. 

정부는 이 중 50%에 달하는 구조안정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낮추고, 그만큼 주거환경·설비노후도 배정을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구조안정성 비중은 지난 2018년 20%에서 50%로 높아졌는데, 이로 인해 통과율이 크게 낮아져 문제가 됐다.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와 협의를 거친 지자체가 항목별 배점을 ±5~10%포인트(p) 선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 요청 시에만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연내 구체적인 안전진단 개편안을 마련하고, 시장상황을 감안해 적용범위나 시행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폭등 사태 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특히 저층 저밀도 지구는 적극적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169개(56%)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국회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재초환 완화를 반대하고 있어,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 세부내용을 놓고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반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지난 대선 민주당에서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잡음 잦은 조합 대신 신탁사로 유도…"규모 클수록 유리"

 

정부는 규제와 별개로 정비사업 지연 요인이 됐던 '조합'도 손을 볼 계획이다. 

정비사업은 토지·건물 소유주나 세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시행사를 맡는데 내부 갈등과 집행부의 일탈, 시공사와 분쟁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 지역의 둔촌주공, 보문5구역, 대조1구역 조합 3곳에서 부적격 사례를 다수 발견해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전문성이 있는 신탁사 등을 통한 비조합 정비사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전체 정비사업 중 신탁사가 시행사를 맡은 비중은 4%에 불과한데, 관련 제도가 미비했다고 봤다.  

우선 신탁사의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전체 토지 3분의 1 이상을 신탁해야 하는데, 이를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3분의 1 이상으로 낮추는 안이다. 또 토지소유자 다수가 희망할 경우 신탁사 사업장의 정비계획·사업계획을 통합해 기간을 '3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주민과 신탁사 간 분쟁 방지를 위한 표준계약서도 도입한다. 

조합에 대해서는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비 증액 시 총회 의결에 앞서 공사비 검증을 완료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수료 등 신탁사에 내야 할 비용을 감안했을 때 규모가 큰 정비사업일수록 신탁사를 통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전문성을 지닌 신탁사가 시행사를 맡아 업무를 대행하면 지자체나 시공사 등과 소통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소유주들로선 조합 기득권을 넘겨야 하는 데다 적지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3년 이상의 기간이 단축된다해도 실제 신탁사 사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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