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으로 족쇄 풀린 이재용…'국가경제 구원투수' 나선다

이재용 "국가경제 위해 열심히 뛰겠다" 적극 행보 예고

대규모 투자·고용 진두지휘…'경제 외교관' 역할도 기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12일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돼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힌 소감이다. 이 부회장은 그날 오전에도 복권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번 기업인 사면 복권 사유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막는 법적 족쇄를 풀어주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걸 이 부회장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그만둔지 2년10개월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 상황도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도약은 물론 국가경제 위기 극복의 발판까지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정부도 이 부회장이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민생은 정부도 챙겨야 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서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번 복권으로 취업제한이 풀려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 부회장은 국가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및 고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의 투자와 8만명의 신규 고용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래 신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 투자·고용 규모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의 장기적 안목에 기반한 결단이 필요한데,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직접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 영역에서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양국 대통령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안내한 바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오는 9월 미국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의 일정에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하고,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함께 참석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특히 '칩4' 추진 등 최근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분야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불려갔으며, 중국은 삼성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자국 IT 산업 전체가 멈출 수 있다. 메모리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기업인 만큼 양국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현재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을 산업적 관점에서 대변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 부회장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몸을 낮춰야 했던 이 부회장은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직접적인 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서지 못했고 그 대신 삼성전자 경영진이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도 지난 2009년 특별사면을 받은 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헌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차세대통신 등 주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단행하고 그동안 멈췄던 등 대형 인수합병(M&A)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준의 기업인 만큼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며 "이 부회장은 국민과 정부의 기대에 경영 성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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