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00일] 역대 당정관계 짚어보니…"尹, DJ·미국사례 참고해야"

"우리나라는 원청·하청관계…삼권분립·수평적 관계로 가야"

"美 당정관계 베스트…대통령 총선공천권에서 멀어져야"

 

정권에 맞선 강단 있는 검사로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입문, 9개월 만에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정책들이 역풍 없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야당과의 소통에 앞서 무엇보다 긴밀한 당정 관계가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8월12일 현재 국회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69석, 정의당 6석,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 각 1명씩 진보진영이 177석을 차지하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 힘은 115석에 불과한 상황이다. 2024년4월10일까지 앞으로 1년8개월 동안은 여소야대의 국회를 상대하면서 정부를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원만한 당정관계를 이끌었다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조차 집권 2기 동안에는 여소야대 의회가 번번이 발목을 잡으면서 1기에 비해 뚜렷한 성과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온다.

청와대 개방과 보수정당 대통령 첫 제주 4·3 추념식 방문,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 스테핑) 등 소통을 강조하는 차별된 행보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등 취임 초 외교 정책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당은 내홍에 휩싸여 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와 정책, 대통령실뿐만아니라 윤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거두지 않으면서, 집권 초 탄력을 받아야할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구심력을 확보하고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우선 당정 관계가 원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 내홍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당정대 삼두마차(당대표·총리·대통령)가 긴밀하게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며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 역대 정부 중에는 DJ(김대중) 정부가 당정관계를 잘 운영했다는 평을 듣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와 DJP연합(호남-충청 연합)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자민련이 원내 3당(299석 중 50석)으로 당세가 강하진 않았음에도 과감하게 김종필 총재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그리고 경제 분야 장관은 김 전 총리 몫으로 나눠 DJP 공동 정부를 구성했다.  

대통령 비서실장도 측근이 아닌 보수 성향의 김중권 전 의원에게 맡기는 등 통합 정치를 실현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이다. 또 오랜 정치 경험(36년)에 기반한 막강한 당 장악력으로 여당과도 무난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1년 처음으로 '야정(野政)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야당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정권 초반에는 비교적 원활한 당정 관계를 유지했으나 대통령이 신당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정 관계가 파탄 났다. 박근혜 정부와 MB(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한강 다리를 건너는 걸 싫어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해 당정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정부와 여당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는 미국이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1기 동안 수시로 여야 의원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만찬을 하며 협치에 힘을 쏟았다. 여야 관계가 정면충돌할 때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반대파나 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삼권분립이 가장 철저히 지켜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당정 관계가 사실상 원청-하청 관계에 가까운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 여당 의원(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철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다.

이에 비해 주종(主從) 관계에 가까운 우리의 왜곡된 당정 관계는 총선 공천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당대표가 공천 전권을 쥐고 있고, 사실상 대통령이 이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공천권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하나, 과도할 경우 극심한 후폭풍에 휩쓸릴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의 '친박계 공천 대학살'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큰 파문이 일었고 '친박연대'라는 기형적 정당까지 출연하면서 여권 전체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역대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바람직한 당정관계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총선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정 관계가 원청 하청 관계처럼 되고 당에서 대통령을 눈치를 보는 것도 결국 공천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총리)의 공천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막아놓고, 풀뿌리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는 상향식 공천 제도가 잘 자리 잡혀 있는 프랑스나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당이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하고, 윤 대통령은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그냥 말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의견이나 비전, 가치, 정책을 공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이 정치 현안 관련해 수시로 국민의힘과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정대 관계가 긴밀히 잘 돌아가야 대통령 지지율도 올라가고 국민들도 안심하고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면서 "상명하복식으로 대통령실이 당에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당정이 서로 활발하게 의논하며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또 "대통령이 정책을 갖고 밤새 고민하고 총리를 불러다 회의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등 민생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부 단속을 통해 당권을 놓고 파워게임을 하는 상황을 하루빨리 완결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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