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정부, 연일 '北인권' 언급…북미관계 새 변수

한미일과 연쇄회담 거치며 '북핵+인권' 투트랙 접근

전문가 "북한이 대화 거부할 가능성만 커진다" 지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외교장관들과 연쇄 회담을 거치면서 '가장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인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주민 인권유린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올인'했던 상황. 이 때문에 향후 북미관계에선 '북한 인권 문제'가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뒤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란 문구가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틀 전인 16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 뒤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 침해 문제에 관한 대응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핵과 인권'이 향후 대북 접근법의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선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북한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홈페이지에 '인권범죄자의 인권 타령' '서방 나라들의 인종차별 행위는 철저히 종식되어야 한다' '흑백 전도의 극치' 등 3건의 글을 연이어 게재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서방국가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특히 "서방 특권층들은 날로 늘어나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무권리로 인한 인민들의 분노와 저들에게로 쏠리는 불만의 화살을 따돌릴 목적 밑에 모든 사회적 불안정의 근원을 타인종 사람들에게 밀어붙이면서 백인지상주의를 적극 류포(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 외무성은 바이든 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점을 의식한 듯, 미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 바이든 정부는 올 1월 출범 후 그간 미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쯤 그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정부가 인권을 앞세워 북한 문제를 관리하려 할 경우 결과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가는 셈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기 부통령, 그리고 블링컨 장관은 국무부 부장관이었다.

아울러 미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관련 정책 등을 이유로 중국의 인권 문제도 계속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얘기하면 할수록 북중이 더 결속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례로 한대성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대사는 지난 12일 제46차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연설에서 "일부 나라들이 신장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단토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전제로 하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걸 의미한다"며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이 양보해가면서까지 (북한에) 협상하자고 할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