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자? 꼭두각시?…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엇갈린 평가'

'경찰국 사태' 후보자 책임론…'나름 선방했다' 성과 조명도

내달 출범에도 '경찰국' 논란 이어질 듯…후보자 역할 주목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경찰대 7기)를 향한 대표적인 비판이 하나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국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국 경찰의 반발을 샀던 행안부 경찰국은 다음달 2일 출범한다.

반면 경찰국의 업무 범위가 고위직 인사 등으로 제한된 것은 윤 후보자가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 나름 선방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청 일각에서는 "행정 공무원이 아닌 경찰 고위직이 경찰국장을 맡도록 규정한 것은 분명 윤 후보자의 성과"라는 긍정 평가도 나온다.

◇전임 청장 사퇴 후 '경찰국 대응 총괄'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 6월27일 경찰국 설치에 반대한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58·경찰대 4기)의 사퇴로 청장 대행을 맡았다. 이후 그는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국 논의 사항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경찰국 대응을 총괄 지휘했다. 

정부는 애초 '법무부 검찰국'을 경찰국의 모델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 초기 일부 위원들도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참고해 법무부 검찰국 같은 경찰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경찰 권한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경찰 내에선 "자문위 민간 위원들이 경찰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인사·조직·예산·행정 등을 담당한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함께 '검찰 빅3'로 분류될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초기 자문위는 (검찰국을 모델 삼아) 행안부 장관의 업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징계 권한과 사법경찰 감찰권, 총경 이하 인사권까지 경찰국에 포함하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경찰 권한 비대화를 향한 우려가 높았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규탄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2022.7.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초기 모델보다 후퇴한 경찰국

경찰청은 지난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국회 의사록과 법안 심사보고서, 관련 연구 자료 등을 분석하며 대응 논리를 마련했다. 경찰법은 내무부 장관(현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내무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하는 게 골자다. 내무부 치안본부가 부정 선거 개입과 '고문 밀실'로 경찰 독립을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경찰법에 근거해 초기 자문위의 경찰국 모델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논리를 구사했다. 행안부 내부에서도 경찰의 입장대로 법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부 검찰국 같은 경찰국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려면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과반은 경찰국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이라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일선 경찰관의 집단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이 예상보다 거세 행안부도 검찰국 모델의 경찰국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어려웠다. 결국 경찰국은 초기 논의 모델보다 후퇴한 수준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권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됐다.

경찰국이 경찰서장급인 총경 이상 경찰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갖는 행안부 장관을 보좌하는 셈이다. 경찰국 신설과 함께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제정돼 행안부 장관은 권한이 커졌으나 인사권만 놓고 보면 '기존 권한을 실질화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자는 "새 정부가 막 출범한 만큼 현실적으로 우리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찰의 독립성은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희근 "경찰국 어떻게 운영될지 더 중요"
    
행안부는 지난 29일 초대 경찰국장으로 '비경찰대 출신'인 김순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을 임명했다. 경찰 서열 세 번째인 치안감이 경찰국장을 맡는다는 행안부와 경찰청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애초 행안부는 치안감 외에 일반 행정 공무원도 경찰국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고위직이 행안부 경찰국 국장을 맡게 된 것은 윤 후보자가 이 장관 등에게 경찰의 입장을 적극 피력해 얻은 성과로 평가한다. 다만 '비경찰대' 출신이 경찰국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경찰대 카르텔'을 깨겠다는 이 장관의 의지도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울산경찰청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윤 후보자는 지난 28일 뉴스1과 만나 "그 부분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며 "청문회 과정 또는 공식 자리에서 (경찰국 관련) 기본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 후보자가 이번달 청문회를 거쳐 청장으로 취임해도 '구성원의 신뢰 회복'과 '조직 장악'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일단 이 장관이 경찰 그립(장악력)을 높일 대로 높인 터라 윤 후보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또 윤 후보자는 경찰국 반대 전국 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거센 비판과 불신을 받았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국 논란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윤 후보자가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할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설치가)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경찰국 신설 확정 과정보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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