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경위' 경찰대 불공정한가 논란 확산…사관학교, 판·검사는?

법조계 "경찰대 경위 임용, 경찰청법에 근거…'절차상 하자' 없어"

경찰 고위직 10명 중 6명 '경찰대' 출신…순경 출신 고위직 늘려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기한 '경찰대 불공정' 논란이 경찰 안팎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을 장악해 온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경찰대 졸업 후 경위로 임용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반순경 출신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아가 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소위로 임관하는데 경찰대만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지어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고위공무원으로 임명되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 후 "경찰대를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 경위부터 출발하는 데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있다"며 "순경(9급 공무원)부터 출발하는 분들과 출발 선상은 최소한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 경찰대 졸업하면 경위 임명 바꾸려면 '법' 고쳐야

2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대 졸업 후 경위 임명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경찰대학 설치법 제8조는 "경찰대학의 학사학위과정을 마친 졸업자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른 경위로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공무원법 제10조 역시 경위의 신규채용에 대해 '경찰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포함하고 있다. 경찰대학 설치법 제1조에는 국가치안 부문에 종사하는 '경찰간부'가 될 사람에게 학술을 연마하고 심신을 단련하게 하기 위하여 경찰청장 소속으로 경찰대학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대 졸업 후 경위로 시작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관학교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육사·해사·공사 등 설치법에 '졸업 후 소위로 임용한다'는 내용이 모두 명시돼 있다. 

이 장관이 '경찰대 출신은 경위에 임관될 때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임관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만큼 별도의 자격시험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다음달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경찰대 개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불공정' 핵심, 순경 출신 고위직 '너무 적다'

이 장관이 제기한 '불공정'의 핵심은 소수의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에 대거 포진해 있는 반면 다수의 순경 출신 비율이 적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간부들이 경찰대 출신이어서 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순경 출신의 경찰 A씨는 "졸업과 동시에 자동임관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시험이라도 봐야 하는 것이 맞다"며 "주요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부서, 근무 선호지역은 경찰대 출신이 다 잡고 있다. 승진에 유리한 핵심부서에 경찰대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승진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경찰관 132421명 중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5%(3249명)에 불과하다. 총경 이상 고위직 754명 중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62.2%(469명)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120명이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들이 계속 상위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순경 출신 경찰관들은 승진을 할 기회가 적은 것"이라며 "순경에서 시작해서 경위가 되려면 최소 16년은 걸린다. 이 때문에 그간 순경출신들이 고위직으로 가는 경우가 찾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자는 바로 경위로 임명돼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으로 근무한다. 그러나 순경출신이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고 경위까지 근속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이 걸린다.

반면 최근 경찰대학을 졸업한 경찰들은 경찰대 개혁에 당혹해하는 표정이다. 경찰대 출신 B 경감은 "최근에는 경찰대학 등록금 또한 본인이 부담하도록 규정이 바뀌었고, 경찰대학 신입생도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인사적체도 심해서 '파출소장으로 시작해 경찰서장에서 끝난다'는 말도 옛말"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졸업생에게 주어지던 혜택이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폐지된 것도 사실이다. 2018년 마련한 개혁안에 따라 경찰대 신입생은 지난해부터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됐다. 나머지 50명은 일반 대학생(25명)과 현직 경찰(25명) 편입생으로만 받는다. 2019년 입학생부터는 군복무를 의경 소대장으로 대체하던 혜택도 사라졌다.

온라인에서도 '경찰대 불공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누리꾼들은 "행안부 장관 임명도 불공정하다. 9급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판검사도 9급 검찰공무원부터 시작해야한다" "불공정은 낙하산, 취업비리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대 개혁에서 시작된 논쟁은 경찰대 존치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찰대 폐지를 두고 투표가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대 존치' 투표에 참여한 387명 중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214명(55.3%), 폐지는 173명(44.7%)으로 집계됐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대가 없더라도 경찰 간부 채용을 통해 인재를 뽑을 수 있다"며 "경찰대학은 수사, 감식 이를테면 교통사고, 성폭력수사, IT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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