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故 심정민 소령 유족에 자필 편지…"심 소령은 영웅"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뒤로하고 생명 던진 희생에 깊은 경의"

답장받은 유가족 "전혀 기대 못했기에 놀라, 가족들 크게 감동"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 1월11일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29·공사 64기) 소령 유족에게 26일 자필편지를 보내 "심 소령의 희생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를 전했다.

심 소령은 당시 수원 기지에서 이륙한 뒤 F-5E 전투기 양쪽 엔진 화재 경고등이 떴음에도 전투기 진행 방향에 민가가 있는 것을 확인하자, 민가 추락을 막기 위해 비상 탈출 좌석 레버를 당기지 않고 민가가 없는 곳으로 조종간을 돌렸다.

결국 심 소령은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공군에 따르면 심 소령은 수원 기지로 선회했지만 2차 엔진 화재 경고등이 뜨고 조종간 컨트롤이 불가능해지자, 탈출을 알리기 위해 '이젝션(ejection·탈출)'을 두 번 외쳤다.

하지만 전투기 진행 방향에 민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투기가 민가에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하지 않았다.

공군은 심 소령이 탑승했던 F-5E 전투기에는 신형 사출 좌석이 탑재돼 전투기 속도나 고도와 관계 없이 언제든 탈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 소령은 민간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비상 탈출 좌석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심 소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김 여사는 지난 6월1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심 소령 추모 시집 발간회 겸 음악회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이 행사에 비공식적으로 참석했는데, 김 여사의 추모 음악회 참석은 행사 관계자들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심 소령 유족은 최근 윤 대통령이 심 소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일, 김 여사가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 것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심 소령의 부모는 편지에서 "심 소령에 대해 깊은 관심과 베풀어주신 사랑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 심 소령 이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고 소식을 애써 부정하며 울부짖었고, 가족들은 사고 이후에도 큰 슬픔으로 애통해하며 지냈는데, 대통령님께서는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발길과 손길이 돼 다가와 주셨다"며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심 소령을 제일 먼저 언급하면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웅'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저희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6월18일 추모 음악회에 김 여사의 깜짝 방문으로 저희 가족에게 큰 기쁨의 선물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여사께서 방명록에 새겨주신 '당신의 고귀한 희생,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신이 되었습니다'라는 글귀와 참석인들 앞에서 위로의 말씀을 해주신 모습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김 여사는 심 소령 부친과 모친의 편지를 받고 자필로 답장을 썼다.

김 여사는 "아드님을 잃은 슬픔이 여전하실 텐데 추모음악회에 들러 작은 위로밖에 전하지 못한 제게 오히려 감사함을 표하시니 송구한 마음마저 든다"며 "정성으로 쓰신 편지를 먹먹한 가슴으로 읽어 내려갔다"고 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1일 심 소령의 순직 소식을 뉴스를 통해 처음 듣고 저희 내외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며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만큼 고귀한 희생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탈출을 포기한) 그 찰나의 시간에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등이 스쳐 지나쳤을 텐데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진 위대한 희생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심 소령은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공군사관학교의 교훈을 온몸으로 실천한 영웅이었다"고 했다.

김 여사는 "심 소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저도 큰 관심을 갖고 성원하겠다"고 밝혔다.

심 소령의 유가족은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여사의 답장은 전혀 기대 못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께 등기로 편지를 보내고는 '두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등기로 답장이 와서 놀랐고, 가족이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심 소령의 장례식 때도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오셨고 현충일에도 언급해주셔서 심 소령 부친, 모친이 많이 위로를 받았다"며 "편지는 두 분께 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보낸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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