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컴퓨터에 몰래 악성코드 심어 시험지·답안지 유출

광주 대동고 답안지 유출 의혹 사실로…학생 2명 공모

부모 설득 끝에 자백…"성적 압박감에 범행 모의"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답안지 유출 의혹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2명의 학생이 공모해 교사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수법으로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했다. 일선 교사들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기말고사 답안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부정 시험 의혹을 받는 A군(17)과 동급생 B군(17)을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교무실에 무단 침입, 시험지와 답안지를 사전에 몰래 가로채고 지난 11~13일 해당 학교에서 치러진 시험에서 부정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성적 향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유출을 공모했고,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어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렸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시험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 말쯤 사람이 없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교무실에 침입, 시험 출제 교사들의 노트북에 USB(이동형 데이터 기억장치)를 이용해 악성코드를 설치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가로챘다.

해당 악성코드는 일정 시간마다 화면 캡쳐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컴퓨터를 잘 다루는 B군이 기존에 있던 악성코드를 일부 수정해 설치했고, A군은 교무실 앞에서 망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답안지 유출 의혹을 받은 A군은 답안을 다 외우지 못해 쪽지에 적은 채 시험을 봤고, B군은 답안을 다 외워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부모의 설득 끝에 자백을 했으며 교사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두 학생은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당초 시험지와 답안지가 보관됐던 금고 등에는 폐쇄회로TV가 있었지만 유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교무실 등에는 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이들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노트북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해 중간고사와 이전의 시험에서도 공모를 통해 시험지 등을 유출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악성프로그램 설치 유포 등에 관한 추가 혐의 적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악성프로그램을 설치, 유포할 경우 처벌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8일 해당 학교에서는 11~13일 치러진 기말고사에서 A군이 부정시험을 치렀다는 동급생들의 신고가 학교에 접수됐다. 

A군이 답안지로 추정되는 쪽지를 보며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쪽지를 잘게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19일 찢어진 쪽지가 답안지라고 확정하기에는 불확실하다며 광주시교육청에 해당 사안을 보고했다. 시교육청도 회의를 열었지만 답안지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경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학교 측은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당일 A군을 불구속 입건하고 학교 측 교사 일부도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25일 A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A군의 1학년 내신 성적은 2등급대로 파악됐다. 이번 기말시험에서는 4과목에서 고득점을 보였다.

11일에는 지구과학과 한국사, 12일 수학Ⅱ, 13일 생명과학 등 4과목을 치렀고 지구과학과 수학Ⅱ은 100점이 나왔고, 한국사는 93점, 생명과학은 86점을 받았다.

생명과학은 시험 중간 4개 문항이 오류로 판단돼 내용이 수정되면서 정답이 정정됐지만 A군은 수정되기 전 답을 제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답이 정정되지 않았더라면 해당 학생은 100점을 맞았을 것"이라며 "재시험 여부 등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시험지가 유출돼 관련자들이 실형을 살았다.

당시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문제를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인 재학생 어머니가 빼돌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2심에서는 감형돼 각각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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