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나라, 모빌리티 잔혹사]'60세 이상 77%' 노쇠한 택시업…기사가 없다

법인택시는 주차장에, 개인택시는 집에…거리에 몰린 시민들

우버OUT·타다OUT…혁신 없는 곳에 성장도 없었다

 

지난 겨울, 수도권 지역에 13cm가 넘는 눈이 쏟아지면서 도로에 갇힌 시민들은 귀가를 포기하고 주변 숙박 시설을 찾아 헤매는 '폭설 대란'이 일어났다.

이번 여름엔 '택시 대란'이다. 심야 시간 택시를 잡으려고 1시간 넘게 도로에 서 있는 건 기본. 지친 시민들은 결국 택시 요금의 몇 배를 내고 고급택시를 부른다. 평소에 1만원이면 가던 거리를 5만원 넘게 내야하는 지경이다. 이마저도 실패한 시민들은 결국 인근 숙박 시설을 찾는다.

폭설 대란은 자연재해지만, 택시 대란은 '인재'(人災)다. 원인을 짚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택시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늦은 밤 시민들의 택시 수요는 넘쳐나는데 Δ법인 택시는 가동률이 감소하고 Δ개인 택시 기사는 고령화됐으며 Δ정부의 모빌리티 정책 실패로 인해 새로운 택시 공급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법인택시는 주차장에, 개인택시는 집에 있고 정작 택시를 몰 기사는 없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의 실패 탓이다. 

◇ 법인택시는 주차장, 개인택시는 집으로

23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올해 5월31일 기준 전국 택시 대수는 249667대다. 이 가운데 개인택시는 164659대(65.9%), 법인택시는 8만5008대(34%)다. 한국 전체 인구 5162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국적으로 206명당 1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는 것.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택시 1대당 적정 인구가 305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결코 택시 대수가 부족한 건 아니다.

문제는 택시가 움직이질 않는다. 택시 대란이 가장 극심한 서울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법인택시 가동률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 50.4%에서 2022년 1분기 31.5%로 감소했다. 쉽게 말해, 법인택시 10대 중 7대가 주차장에 멈춰 있다는 이야기다.

법인 택시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 2년간 유지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택시 수요가 줄어들자 기사들은 배달업·대리운전·택배업 등 유관 업종으로 이직했다. 실제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해 6월 기준 2만868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말(3만991명)보다 33.2% 감소했다. 

법인 택시가 주차장에 있다면, 개인 택시는 집에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서울 개인 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64세다. 세부적으로 Δ40대 3.64% Δ50대 18.79% Δ60~64세 24.32% Δ65~69세 27.70% Δ70~74세 17.48% Δ75~79세 6.44% Δ80대 이상 1.23%다.

한마디로 서울 개인 택시 기사의 77%가 6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라는 것이다. 고령의 택시 기사들은 택시 야간 운행을 기피하거나 어려워해 대부분 10~11시에 운행을 종료한다. 그마저도 해온 야간 운행을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중단했고 그 사이 더 나이 들어버린 개인 택시 기사들은 야간 운행에 더 소극적이다. 

택시 대란의 원인은 명확하다. 늦은밤 택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 혁신 없는 곳에, 성장도 없었다

사실 택시 대란은 올해 새롭게 등장한 사회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심야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짚어야 할 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처' 우버·타다와 같은 이른바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불법 택시' 프레임에 갇혀 번번이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것. 정부의 '정책 실패'가 택시 대란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 2013년엔 미국의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한국에 상륙했다. 우버는 누구나 개인 차량만 있으면 '우버 택시'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승객은 우버앱을 통해 택시 호출 및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었고, 운전 기사의 이름·사진·평점까지 볼 수 있다는 특징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 택시로 규정하고 '우버 파파라치 제도'까지해 도입해 운행을 멈춰 세웠다. 

2018년엔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가 등장했다. 이용자가 앱으로 자동차를 빌리면 운전기사가 함께 오는 새로운 이동 서비스였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터카는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도 있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렌터카를 빌려주고 운전자를 알선하면 안되지만 11인승 이상 15인상 이하의 경우는 예외로 둔 조항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또 다시 머리띠를 둘렀다. 타다 서비스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결사 반대했다. 전국 단위의 '표심'을 자랑하는 택시의 집결에 정치권은 택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결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고 타다는 퇴출됐다.

물론 혁신에 따른 신·구산업간 갈등은 필연적인 일이다. 특히 택시·의료·법조·부동산 등 '국가 면허' 체계로 움직이는 분야에서 혁신이 등장하면 갈등은 첨예하다.

그러나 갈등을 계속 회피한다면, 결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때문이다. 갈등을 외면한 정부가 십수 년간 혁신 대신 보수적인 선택만 이어온 결과, 택시 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 없이 노후화됐다. 

전체의 77%에 달하는 60대 이상의 고령의 택시 기사가 월 20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며 '소일거리'로 일하는 하는 업종에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젊은 세대가 뛰어들리 만무하다. 그나마 법인택시를 몰던 젊은 기사들도 '돈'되는 배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돈이 안되는 택시'는 '고인 물'이 됐고 시민들은 잡히지 않는 택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의 택시공급 정책 실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 새로운 택시 공급이 해답

정부는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탄력요금제' 도입을 선언했다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2시) 요금을 올려 택시기사의 유입을 늘린다는 게 핵심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력요금제에 대해 "택시 시스템 내부에서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탄력요금제 도입 요구는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고, 심야 시간대 수요와 공급의 간격을 좁혀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교수는 탄력요금제는 택시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택시 대란은 택시 시스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택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외부의 새로운 공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본질적으로 우버, 타다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도입돼야 한다"며 "전면 허용이 힘들다면 출퇴근, 심야시간 등 피크 시간이라도 새로운 택시 공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도 "택시기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건 단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책을 바꿔 우리 사회도 우버·타다 등의 혁신 모빌리티 산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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