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폭행' 송치 사건서 '여친 스토킹' 포착한 검찰…수사 주저한 까닭은

수개월 연인 폭행반복…경찰, 두 차례 영장 신청했지만 기각

檢, 직접수사 범위 애매해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요구…구속기소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연인을 폭행하고 1원씩 계좌이체를 하며 "누구랑 있어" 등의 메시지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스토킹을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단순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송치됐는데, 검찰이 검토 과정에서 스토킹 혐의를 포착하면서 흐름이 반전됐다. 결국 경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가 이뤄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김희영)는 지난 13일 폭행·재물손괴·주거침입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 2월~4월 자신의 연인이었던 피해여성 B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경찰에 신고하려는 B씨 지인의 휴대전화를 부순 혐의를 받는다. 또 5월에는 B씨를 찾는 과정에서 B씨 지인의 집 현관문을 부수고 안으로 침입해 지인을 폭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A씨가 B씨에 대한 감금 및 폭행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범행기간 및 사건의 흐름상 단순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아닌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B씨를 소환했다. 검찰에 나온 B씨는 A씨로부터 살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마주칠 우려에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B씨가 제출한 자료엔 A씨가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씨에게 전화를 하거나 1원씩 계좌이체를 하며 적요란에 '어디야' 혹은 '누구랑 있어' 등의 메시지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즉시 법원에 "A씨의 스토킹 범행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문제는 A씨의 스토킹 혐의를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송치사건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관련사건 중 해당 범죄와 동종범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간 법원들이 개별 죄명과 스토킹 처벌법위반을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는 시각이 다수 있다고 판단해 직접수사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신 추가로 파악하게 된 피해자의 진술과 계좌이체 내역 등 자료를 경찰에 송부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경찰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다시 송치를 했고, 검찰에서 이전 혐의와 병합해 기소를 할 수 있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이같은 방식이 경찰이 의율(법규를 적용하는 일)한 죄명에 법률가인 검사가 사실상 기속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법률가인 경찰에게 사실상 1차적 의율 기능을 부여해 검찰이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경찰이 의율한 죄명이 아니라면 쉽게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가 이를 무시하고 직접 수사를 거쳐 기소를 한다고 해도,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동종범죄'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송치사건 중 검찰이 추가로 수사한 혐의에 대해 재판에서 피고인이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재판부에서 이를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상대방이 이 부분을 놓고 다툴 경우 기각될 수 있다"며 "검찰로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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