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일파 이해승' 후손 땅 국고환수 소송 2심도 패소

손자 이우영, 상속 받은 서대문구 땅 경매 후 재매입

"제3자가 정당한 대가 주고 취득했다면 권리침해 안돼"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를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7-1부(부장판사 정윤형 최현종 방웅환)는 국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1912년 '종전 한일 관계에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병합 기념장을 받았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의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된 토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905㎡이다.

법무부는 서대문구 등의 요청에 따라 해당 토지에 대한 국가귀속 대상 여부를 검토한 후 지난해 2월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권 침탈이 시작된 1904년 러일전쟁 발발부터 광복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이해승이 1917년 취득한 홍은동 임야는 이후 이 땅을 단독으로 상속받은 이 회장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1966년 근저당권 설정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제일은행(SC제일은행의 전신)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67년 이 회장이 다시 사들였다.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매절차에서 소유권을 취득한 제일은행과 별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취득한 것"이라며 땅에 대한 권리가 침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친일재산은 국가의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1항 규정을 근거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친일재산인 것을 모르고 취득하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면 유효하게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친일재산'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외에 '제3자'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는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홍은동 임야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항소했지만 2심 또한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제일은행은 친일재산임을 모른 채 경매절차에서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했다"며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국가)가 요구하는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이우영)·제일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모두에 대해 순차 말소등기에 갈음하는 것이어서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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