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다녀온 이재용 제시한 3대 키워드…'기술·인재·조직'

1012일 유럽출장 마무리…"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인재확보 유연조직도 강조

"ASML·IMEC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중요성 느껴…車업계 급변 피부로 절감"

 

‘기술, 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이 가야 할 길을 세 가지 단어로 정의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 더해 세계 경제 불확실성 앞에서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귀국 첫 소감으로 제시한 셈이다. 

다음 주 4년 만에 열리는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략회의에서도 이 부회장이 언급한 주제를 중심으로 복합위기 대응 전략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위기와 운송비·원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해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 사업 환경 점검 및 비상대책 수립이 절실한 시기다. 

◇'혼동과 불확실성' 언급한 이재용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 년만에 다녀온 해외 출장 소회에 대해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데려오고 조직이 그런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에 초격차 기술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동시에 인재 확보와 유연한 조직 문화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또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럽 출장의 성과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에서)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 중인 연구원들, 영업 마케팅하는 직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며 헝가리 배터리 공장, 2016년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방문에 대해선 “제일 중요했다”고 언급했고,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찾은 것과 관련해선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출장길에 올라 네덜란드, 독일, 헝가리, 프랑스 등을 방문하며 12일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강행군을 바쁘게 소화했다. 출장 직후 헝가리에 먼저 들러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둘러봤고, 독일로 향해 완성차 업체인 BMW를 방문해 협업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출장의 초점은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맞춰졌다. 이 부회장은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고, 같은 날 곧바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15일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에서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및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ASML 방문을 제일 중요한 안건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수급에 성과가 있었던 신호로 해석한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서, 최첨단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진가가 발휘된 출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족쇄에 경영활동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삼성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 

이 부회장의 답변은 없었지만 이번 출장에서 M&A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지는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방문한 네덜란드에는 오랫동안 삼성의 유력 M&A 대상으로 입에 오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고, 독일에는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있다. 영국에는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다음 주 4년만에 삼성 전략회의…이재용은 참석 않을 듯

이 부회장 귀국 시기에 맞춰 열리는 상반기 전략회의에서도 이 부회장의 출장 소감으로 언급된 3개 키워드는 주요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부문별로 개최한다. IT·모바일·소비자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오는 21~23일 수원 본사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27~29일 화성 사업장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말에만 한 차례 전략회의를 진행했지만, 올해 다시 상반기 전략회의를 재개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전략회의를 여는 건 4년 만이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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