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탈출구도 없다…'월 5%, 연간 4%' 현실화되나

2개월 연속 4%대 상승…4월 수준만 유지해도 연 상승률 3.9%

유가 상승+거리두기 완화 "둔화요인도 없어"…새 정부 난제

 

소비자 물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 시름이 커져만 가고 있다. 코로나 초창기 국면에서 한때 0%대의 낮은 물가성장률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2년새 물가는 4%대를 넘어 5%를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만한 대책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요인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석유류 가격과 가공식품 등 공급 측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간 4%대의 물가상승률도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통계청의 '2022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4.8% 상승했다.

앞서 3월에는 4.1%로 10년여 만에 4%대를 돌파했는데, 한달 만에 0.7%포인트(p)가 더 오른 것이다. 4.8%의 물가상승률은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외 리스크가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이것이 가공식품 등 전반적인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석유류의 상승률은 무려 34.4%에 달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2개월 연속 30%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공급측 요인이 크게 작용받는 가공식품 역시 1년 전보다 7.2%나 올랐다. 국수가 29.1%, 식용유가 22.0%, 빵이 9.1%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가공식품 전체 상승률은 2012년 2월(7.4%) 이후 10년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에는 사실상의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인해 수요측 물가상승 요인도 더해졌다. 외출 수요가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는 형국이다.

개인서비스 물가가 4.5%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3개월 연속 4%대 상승률에 4월 상승률은 2009년 1월(4.8%) 이후 13년3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개인서비스는 외식 품목과 '외식 외' 품목으로 나뉘는데, 그중 외식은 6.6%, 외식 외는 3.1% 올랐다. 외식물가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시절이던 1998년 4월(7.0%) 이후 최대다.

생선회가 10.9%, 쇠고기가 8.4%, 냉면이 8.2%, 돼지갈비가 7.9% 올랐고, 김밥 9.7%, 떡볶이 8.3%, 치킨 9.0%, 피자 9.1%, 짜장면 9.1% 등 흔하게 소비되는 분식·간식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민 체감 물가 상승폭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렇다 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리두기 해제가 이뤄진 시점이 4월18일로 4월 하순에 가까웠던 만큼,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은 5월에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의 경우 두바이유 기준 1배럴당 평균 가격이 3월에 111달러에서 4월 103달러로 다소 둔화했다. 그러나 배럴당 100달러선 역시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기에 여전히 '상방요인'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3년여만에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던 지난해 11월 배럴당 가격은 80달러 선이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통화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환율까지 오르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1200원을 밑돌던 달러·원 환율은 3일 기준 1268원까지 올라 13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입 비용 상승을 부추겨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5월 이후로는 5%대 물가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아보인다. 5%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역시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9월(5.1%)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6~9월까지 4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 역시 향후 물가 전망을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3월 10년만에 4%대를 찍었을 당시 "하반기로 갈수록 '역기저효과'가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2개월 연속 4%대의 상승률이 나온 4월엔 "(물가 상승이) 둔화될 요인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경우 연간 물가상승률 4%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남은 기간에 4월의 물가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연간 물가상승률은 3.9%에 달한다. 이후 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4%를 넘기는 것이 어렵지 않다. IMF도 최근 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4.0%로 전망한 바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4.0%)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3%대의 상승률이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는 '역기저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기 때문에 전년 동월의 상승률이 높았다면 올해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정부도 '물가'를 최우선 과제로 잡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강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유동성 회수를 펼쳐야 하겠지만 추경 등 재정투입도 예정돼 있어 물가 안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새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가 확정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고유가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서민·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광범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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