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향해 또 '할 말' 쏟은 文대통령…"집무실 이전 방식, 위험"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대담…집무실·인사권 등 尹에 작심 발언

 

"트럼프, 비즈니스맨식 대북 접근 좋았다…아베 리더십 평가하고 싶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별로 마땅치 않다",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 "막무가내" 등 비판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또한 퇴임을 앞둔 자신에 대해서는 "완전 방전된 배터리"라며 평범하게 살아갈 것임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50분부터 80분간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 두 번째 편에서 거침없는 표현으로 윤 당선인 측을 지적했다. 그동안 '모범적 인수인계'를 당부하며 윤 당선인 측의 새 정부 구상에 대한 언급을 일절 삼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윤 당선인의 국방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선 "별로 마땅치 않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옮기는 게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지인지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고,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방 빼라, 우리는 5월10일부터 임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이라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어디가 적지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적지라고 판단된다면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한 후에 그 계획에 따라 집무실을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식의 결정과 일처리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사권 행사 등을 둘러싸고 노출된 신구 권력 간 갈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당선인은 당선인의 권한 행사하면 되는 것"이라며 "임기가 없는 인사를 가급적 다음 정부로 미뤄주면 정치 도의상 좋을 것 같지만 임기가 있는 인사는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기관 인사 같으면 가급적 당선인 쪽의 의견 들어서 참고해서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도의적으로 좋을 것 같다"면서도 "다음 정부로 넘기라니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2.4.26/뉴스1


아울러 문 대통령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을 겨냥해 "선제타격 또는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든지 대단히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국방장관이 합참의장 정도에선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는 그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마 그 점은 윤 당선자가 북한과 상대해 보거나, 외교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부분은 빠르게 대통령답게 대통령의 모드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막무가내"였다는 평가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도 당선인 측도 초기에는 막무가내였지만, 선거운동 기간이었으니까 그렇다 치고, 막무가내로 개편하고자 했다면 그냥 반대를 넘어서 기자회견이라도 필요하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지금은 당선인 측에서도 숙고를 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날 방송에선 남북미 관계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 관련 발언들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과 세계적인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한국과 관계에 있어서는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딱 하나 부담되는 게 방위비"라며 "한꺼번에 5배를 올려달라고 했는데 제가 당연히 거절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 요구는 해도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다는 점과 무역 보복 등 공세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우호적 평가의 근거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손 전 앵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저희가 볼 때는 비즈니스맨"이라고 하자 "그게 좋았다. 공화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하고 네오콘들이 부정적인데도 거래할 수 있다는 태도가 우리로선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또 "(북미간 대화가 잘) 이뤄졌으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노벨평화상 얘기도 제가 먼저 했었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세계사적 업적이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반면 김 위원장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에 대해선 평가를 보류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을 감안해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2018년 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직전 취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장에) 함께 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맞아, 우리도 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그런 부분을 우리도 참고해야 돼'라고 수긍했다"며 "(이후) 김 부장이 곧바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미국 방문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과) 회담한다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예의바른 일본 사람이었다"면서도 "리더십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아베 정부 시절 한일관계가 나빠진 건 분명하다"고 했다.

미중 갈등 속 '친중 정부'라는 비판이 인 것과 관련해선 "말하자면 (미중 사이에) 낀 존재라는 것인데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수출을 늘려왔고 나라도 발전해왔다.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돌고래 정도는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방송 말미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주어진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최고의 영광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 "지금은 완전히 방전된 배터리 같은 느낌이라 뭘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며 "퇴임 대통령으로서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보통의 시민으로 은퇴자의 삶을 사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모범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성공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한국은 경제, 민주주의, 문화, 군사력 등 다방면에서 세계 10위권으로 인정받는다. 그 시기에 국민과 함께한 것이 저로서는 대단히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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