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되면 '국민 삶' 어떻게 달라질까…형사사건에 대입해보니

고소·고발도 경찰서에만…경찰 무혐의에 불복 수단 마땅치 않아

김오수 "사건 처리·재판·피해 회복·처벌, 지연되는 문제있어"

 

#. 지난해 60대 남성 A씨는 동거 여성을 납치·감금한 혐의로 경찰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뒤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주거지 부근의 CCTV를 분석, 다수 참고인 조사 등 보완수사를 통해 오히려 동거 여성이 A씨를 무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구속된 A씨를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바로 석방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이뤄지면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없어 A씨의 억울함을 밝히기 어려워진다. 

검수완박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위헌'과 같은 법리 논쟁은 물론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억울함을 밝힐 기회가 줄어들고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치게 될 지 형사사건 절차 순으로 짚어봤다.

◇고소도 경찰서에서만…형사사건 경찰 단계에서 대부분 종결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수완박 입법이 이뤄지면 국민들은 앞으로 고소·고발장은 경찰서에만 제출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검찰청에는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수 없어 경찰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기 힘들다.

또 경찰 수사 이후 무혐의 처분이 이뤄질 경우 그에 대한 고소인의 불복 수단도 마땅치 않다.

현행 제도에서는 고소인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입법이 이뤄지면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는커녕 사건 기록조차 받아볼 수 없다.

검사는 고소인의 이의제기 내용을 읽어볼 수는 있다. 그런데 경찰의 사건 수사기록이 없으니 무엇이 문제인지, 경찰에 어떤 부분을 보완수사 요구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결국 같은 경찰이 다시 수사하게 된다. 이전 결론을 뒤집거나 특별히 다른 관점에서 재수사할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 경찰 단계에서 형사절차가 결론 나는 것이다.

현재는 검찰 단계에서도 검찰의 불기소 사건에 고소인이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불복절차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제도가 시행되면 어떤 경우라도 경찰의 무혐의 결정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지 않아 이러한 불복절차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관련 설명자료에서 "검사의 불기소 결정은 항고·재항고뿐 아니라 법원의 재정신청까지 최소 2차례 이상의 불복 절차가 보장되는데 (검수완박 이후) 경찰의 무혐의 결정은 법률상 불복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단심제로 운용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경제범죄와 같이 민사적 성격이 강하거나 특별법의 영향을 받는 사건의 경우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승익 변호사는 "경찰 임용 과정에서 형사법 시험만 보기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인) 요즘에는 금융이나 배임, 사기 등 큰 경제 사건 처리가 아주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조금이라도 복잡한 사건은 고소할 때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지금 경찰 조직 구성이나 선발 과정을 보면 당장 검수완박을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판 단계에서 공판검사들의 대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공소유지 단계에서 유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각 기관 간 협조가 비교적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가뜩이나 수사검사, 공판검사를 분리하는 것에 대해 지적들이 있지만 검찰청 내에서 협조해 왔던 부분인데 수사는 경찰, 공판은 검찰로 분리되면 유죄 입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 구속기간 중에는 혐의 벗어도, 부모님 상(喪)에도 계속 구치소에

국민이 피의자 신분일 때, 특히 구속되는 등 기본권에 제한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피해가 더욱더 직접적이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영장청구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피의자, 피해자 등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언뜻 임의수사와 비슷한 절차로 보이지만 '진술거부권 고지' '수사과정의 기록' '장애인 등에 대한 특칙' 등 피의자 권리 보호를 위한 기존의 규정은 생략됐다.

대법원은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검사가 의견을 듣는 절차의 법적 성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검사가 피의자 등의 의견을 듣는 경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 또는 준용할 필요는 없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검사는 통역인이나 번역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한국말에 서툰 국민이나 외국인들은 검찰 단계에서 진술권을 보장받기 힘들다.

아울러 앞선 A씨의 사례처럼 경찰이 검찰에 구속송치한 사건에서 피의자의 무혐의 사실이 밝혀지거나 친고죄의 고소가 취소돼, 더 이상 구속 필요성이 없어져도 검사는 구속을 취소해 석방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구속송치된 피의자에게 중병, 부모상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도 검사는 구속 집행을 정지할 수 없다. 검찰 구속 기간 중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상조차 치를 수 없는 것이다.

검사에게는 '유치장 감찰권'이 있지만 검사가 경찰서 유치장 감찰 중 불법 구금 의심 사례를 발견해도 경찰에게 석방을 요구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석방 요구를 거부한다면 불법 구금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6차례에 걸쳐 피의자 21명에게 자백강요를 위한 속칭 '날개꺾기' 등의 고문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 남부지검은 유치장 특별감찰 등을 통해 실체를 규명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게 되고 경찰에 보완수사나 자료 등의 협조를 요구하는 등 매번 간접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어서 수사 및 재판이 지연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속한 수사 및 재판을 받지 못해 오랜 기간 피의자·피고인 신세를 벗지 못하면서 고통이 가중될 뿐더러 사건 피해자도 사법적 피해 구제가 늦어지게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의 안대로 가면 정밀 사법 체제가 붕괴되고 그로 인해 사건 처리, 재판도 지연되고 국민들 피해 회복도 지연되고 범죄자들도 처벌이 지연되는 여러 문제점이 있단 말씀을 (국회의장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또 형사사법제도를 크게 변화시킨 검경수사권 조정 1년 만에 또다시 제도가 변화하는 것이라서 당분간 현장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를 모두 경찰에게 주면 과부하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수사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진행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며 "제대로 추진하려면 3년 정도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안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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