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방어하다 가해자에 상처…검찰 기소유예, 헌재 '정당방위'

피해자, 들고 있던 사기그릇 휘둘러 가해자 상처

 

강제추행을 당하던 피해자가 들고 있던 물건을 가해자에게 휘두른 것이 정당방위에 해당하는데도 검찰이 유죄로 인정해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피해자 A씨가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결정문에 따르면 A씨와 같은 고시원에 사는 김모씨가 2018년 10월 31일 밤 10시30분쯤 A씨가 고시원 내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 밖에서 전원을 끄는 행위를 몇차례 반복했다. 

김씨는 A씨가 욕실에서 나오지 않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A씨가 욕실에서 나와 고시원 내 주방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몸을 만지며 추행했다. A씨는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두르며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의 오른쪽 귀가 찢어졌다. 

김씨는 강제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A씨는 상해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A씨는 "김씨의 추행을 방어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하는데도 검사가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A씨가 자신보다 아홉 살 가량 젊은 남성인 김씨의 강제추행을 벗어나기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게다가 A씨는 당시 물을 담기 위해 사기그릇을 들고 있어 손이 자유롭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 비춰볼 때 A씨가 다른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A씨가 김씨의 갑작스러운 추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이용해 반격방어의 형태로 저항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검사는 김씨의 강제추행행위와 A씨의 방위행위의 내용, 당시 A씨가 놓인 상황,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경중 등을 따져 A씨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 등에 해당하는지 살폈어야 했다"며 "검사가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지적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결정했다.

헌재는 "검사가 강제추행 피해자의 방위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때 당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방위행위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을 충분하고 합당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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