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강행에 재조명받는 '한동훈 카드'…尹 이미 해법 있다?

민주당 검수완박 밑그림, 尹 당선인 구상과 일부 '닮은꼴'

'검수완박' 되더라도 장관 휘하 반부패수사기구 설치 대안 구상한 듯

 

더불어민주당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마무리 작업인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카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검찰을 이용해 정국을 좌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밑그림이 과거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그렸던 검찰 개혁안과 묘하게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미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을 피해갈 구상을 끝내놨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사법연수원 27기)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도 이같은 구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동훈 카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이후를 내다본 사전 포석인 동시에 당선인의 검찰 개혁 구상을 실현할 한 후보자의 양손에 펜(인사권) 뿐 아니라 칼(수사권)까지 쥐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박홍근 원내대표 외 171명 소속 의원 전원 발의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에 남아있는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대신 경찰을 통해 보완수사만 할 수 있다. 유예기간은 3개월로 민주당의 계획대로 법안이 처리돼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다면, 8월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사퇴 직전 응한 언론 인터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의 검찰 네트워크는 법무부 장관 휘하로 다 빠져나가도 된다"며 "장관 아래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합쳐서 부패 범죄 대응역량은 강화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총장 밑에 기관을 둘 필요는 없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는 "내 밑에서 (검사들을) 다 빼도 좋다"며 "조국 장관이든, 추미애 장관이든, 박범계 장관 아래든, 분야별로 전문 수사기관을 만들어 수사·기소를 합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검찰 조직의 반부패부를 싹 끌고 가서 반부패수사검찰청을, 서울남부지검을 싹 들고 가서 금융수사검찰청을, 공안부를 총장 관할 밖으로 들고 나가 안보수사검찰청을 만들어 검찰을 다 쪼개도 된다"고 부연했다. 

최악의 경우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더라도 장관 휘하에 별도의 부패범죄수사기구를 두고 능력있는특수부 검사들을 전진배치하면 된다는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기존 검찰은 보완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위주로 축소하고, 소위 '칼잡이'라 불리는 에이스 '특수통'이 포진한 반부패수사조직만 따로 설치하는 구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장관 휘하 등 어디에 설치하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은 특수수사 기능은 온전하게 살려주자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카드'를 접지 않고 강행한 것도 이같은 의중에서라는 것이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또한 법무장관은 검찰 인사권 뿐 아니라 상설특검 직권개시 권한을 가져 검수완박을 일부 무력화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데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강조해온 '미국식 수사제도'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총장 시절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 고(故) 로버트 모겐소 미국 뉴욕맨해튼검찰청 검사장의 전기를 배포한 일화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직접 쓴 발간사에서 "모겐소는 판사·정치인·대기업 등 거대 사회경제 권력의 부패에 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모겐소 검사장 재임 기간 공직부패범죄, 중대경제범죄, 조직범죄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찰 직접수사를 촉구했으며, 특히 중대범죄에는 검사들이 수사의 처음부터 재판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수직적 기소를 도입,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내용 등이 책에 담겼다. 

한 검찰 간부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시도에 1년전 총장직을 사퇴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나름대로 구상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총장 시절 현재의 검찰 조직 형태가 아니더라도 대형 부패범죄를 강도높게 수사할 수 있는 반부패 수사역량만 훼손되지 않고 확보할 수 있다면 수사기구가 장관 산하로 가더라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따른 후속 조치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별도 수사기구 설치 여부는 윤석열 정부가 정부조직법을 제출하면 그 과정에서 안을 제시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국가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고 제정법이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논의사항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별도의 수사기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례처럼 독립기관으로 둘지, 아니면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등 부처 산하로 둘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산하에 별도 수사기구를 두게 되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이 경우 한동훈 장관 카드가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일부 무력화시키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결과물이 윤 당선인의 구상과 오히려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검수완박'으로 윤 당선인의 손발을 묶었다는 민주당의 생각은 '착각'이라는 의미가 된다. 

여권도 이 가능성을 이미 의식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수사·기소 분리 입법 후 신설될 한국형 FBI를 총괄 지휘하는 법무 장관"이라고 짚었다.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FBI가 미국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법무부로 일단 가는 게 맞는 것 아닌가로 중론이 모아지는데, 거기에 (한 후보자가) 딱 노루목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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