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통령이 오라 가라 하는 세상 아냐…文정부, 권위 내려놔"

 

靑 펴낸 도서 인터뷰…"기업인들, 대통령과 외국동행 갈만해 가는 것"

 

윤건영 "文정부, 집무실 옮긴 게 이전과 달라…문고리·십상시 없었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청와대가 펴낸 5년간의 국정운영·정책집행 기록도서 '위대한 국민의 나라'를 통해 '대통령이 바쁜 기업인들을 외국에 끌고 다닌다'는 세간의 표현과 관련 "말이 안 된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 5년의 기록을 담은 해당 도서는 전날(13일) 출간됐다.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과정에 함께했던 국민 28명, 정부 관계자 13명 등 41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14일 해당 도서에 담긴 박 전 회장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이제는 대기업 회장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갈 만하니까 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순방을 가시면 경제인들이 동행해 그 나라의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을 넓히는 건 과거부터 해온 방식"이라며 "또 솔직히 기업인들이 상대국의 장관을 만나려고 해봐라. 이게 쉽나"라고 언급했다.

박 전 회장은 "제가 이전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순방을 많이 다녀봤는데 관광 한번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이 바쁜 사람들을 데리고 놀러 가는 게 아니다"며 "이전 정부와 다른 변화라면 이번 정부 들어서는 조금 더 권위를 내려놨다고 해야 할까. 대통령하고 같이 간다고 해서 긴장하기보다는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도서에는 남북관계 개선 상황 때의 에피소드들도 실렸다.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북측에서는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무척 높았다. 20년 이상 알아온 북측 통일전선부 담당자들도 '문 선생님, 절호의 기회다. 이번엔 뭔가 돼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평양에서 열린 2018년 9월18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목란관 만찬 행사 중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때 김 총비서는 정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생님들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이제 퇴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문 전 특보는 "저는 그 말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며 "(김 총비서는) 이어서 '이제는 실행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두 번씩 강조해서 얘기했다"며 "그 실행이 잘 진전되지 않은 것이 가장 안타깝고 아쉽다. '하노이 노딜'이 두고두고 뼈아프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임기 중 최고의 장면으로 꼽은 2018년 9·19 능라도 연설과 관련 "사실 그 일정 자체에 대해서 고민이 좀 많았다. 북한이 체제 선전의 장으로 만드는 공연이고 국내적으로는 민감할 수 있는 대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대통령께서 '담대하게 나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훨씬 더 우월하고 자신감이 있는데 너무 수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협상에 나서니 북한 쪽에서 먼저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 수정하겠다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일정이 확정될 수 있었다"며 "연설 형식도 처음에는 경기장에 온 평양 시민들 앞에서 간단히 인사 말씀만 하시라는 것이 북한의 취지였는데, 저희가 생방송도 태우고 정식으로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던 윤재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당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원천은 '문 대통령의 숙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 저는 행정관이어서 대통령께 직접 주문사항을 받을 위치는 아니었다. 다만 판문점 회담이 있기 한참 전에 있었던 지시사항은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2017년 11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방한 때 의전비서관실에 숙제를 하나 주신 것인데 '외교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거다. 딱딱한 정상회담만 하는 외교 말고, 서로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야 서로 말이 잘된다. 그러니 친교 일정을 꼭 고안해봐라'였다"고 밝혔다.

한편 윤 전 실장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특히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나'라는 물음에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취임 직후 대통령님은 집무실을 청와대 본관에서 여민1관으로 옮겼다. 제가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비서관을 했지만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 변화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에 있을 때는 대통령 보고가 일종의 큰 이벤트였다. 사전에 차량도 불러야 하고 출입 조치도 미리 해야 하고 절차가 많았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소위 '문고리'니 '십상시'니 하는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전혀 달랐다. 누구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3층으로 가면 됐다"며 "대통령께서 인터폰으로 찾으시면 누구든 5분 안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종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처음 선언했다"며 "당시 에피소드인데, 시정연설 문안이 다 작성되고 바로 전날인데 대통령께서 참모들과 티타임할 때 '아무래도 이번에 탄소중립을 선언해야겠다'고 했다. 누구의 제안도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