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부재 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상…4%대 '고물가' 잡기 나섰다

기준금리 연 1.25%→1.50%…"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 높아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한은 총재 부재 상황 속에서도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 잡기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금통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방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은 엇갈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 총재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0%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나머지 50.0%는 인상을 전망했다.

<뉴스1>이 지난 10일 국내 증권사 소속 연구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선 이들 가운데 9명이 '4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현행 1.25%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상될 것으로 답한 전문가는 1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외에서 급등한 소비자물가지수가 잇따라 발표되자, 4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렸다. 물가를 제때 못 잡았다간 금통위를 향해 실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다 지난달에는 4%마저 돌파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년 전에 비해 8.5% 상승했다. 1981년 12월 이후 무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의 결정을 두고 물가 대응의 시급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더 오를 거라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올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금통위의 우려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이어서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까지 연 1.75%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금통위의 결정으로 4분기 추가 인상을 통해 연 2%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본다"며 "전반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2%로 오를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3분기부터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경기가 악화하면서 물가보다는 수출이 우리 경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인수위가 물가에 대한 우려성 발언을 내놨으며,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최근 기준금리를 0.50%p 대폭 올리며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면서 "5월초에 열리는 미 연준 회의를 앞두고 금통위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어서 "금통위가 물가 상승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이다"며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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