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부에서 기각으로'…차규근 영장청구서에 수정된 도장 위치, 단순 실수?

법조계 "의도적으로 수정된 것이라면 외압 등 의구심 여지"

법원 "법적효력 없는 겉지에 실수…내지에 기각사유 완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과 관련해 '날인' 논란이 제기됐다.

차 본부장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 기각 결정을 내린 후 검찰에 반환한 구속영장청구서 겉표지 '발부'란에 도장 날인 흔적이 나오면서다.

 8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오대석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6일 새벽 2시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허위공무서 작성,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4시간40분간 진행됐다.

오 판사는 심리 직후부터 영장발부 여부 판단을 위한 검토에 착수, 약 8시간가량 고심한 뒤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오 판사는 구속영장청기각 결정문에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한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기각결정 사유를 적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결정문이 첨부된 구속영장청구서 표지에 찍은 도장이었다. 구속영장청구서는 검찰이 법원 제출하며, 구속여부 결정과 함께 법원이 다시 검찰로 되돌려준다.

법원은 통상 구속영장청구서 표지에 영장 발부·기각 칸을 고무인으로 찍은 뒤 발부일 경우 발부란 안에, 기각일때는 기각란에 도장을 날인한다.

오 판사는 당초 발부란에 도장을 찍었으나 이후 해당 도장을 화이트(수정액)로 지운 뒤 기각란에 다시 도장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검토한 내용인데 실수로 보기에는 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의도적인 수정이라면 외압 의심을 비롯한 여러가지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로고. /뉴스1 DB


법원 측은 그러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결정서 작성 마지막에 실수를 해 이를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겉표지 도장은 검찰에 결정사항을 전달하는 차원의 것이다. 구속영장에 대한 법적효력은 내지에 담긴 결정문이다. 결정문에는 기각 사유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판사는 영장심사 업무를 맡은지 그날이 4일째였다. 수정 작업이 아닌 검찰에 청구서를 다시 요청했다면, 그 또한 논란이 됐을 것이다. 오 판사 스스로도 단순 실수였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차 본부장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22일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 대한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같은달 22일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을 요청한 사정을 알면서도 이튿날 이를 승인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3차례에 걸친 차 차본부장 소환조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고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 당일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모습을 출석한 차 본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금조치는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019년 3월 당시, 해외도피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김 전 차관이 같은 달 22일 자동출입국을 통해 도피시도도 했다. 국경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출입국본부장인 제가,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함으로써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도피하도록 내버려 둬야 옳았던 것인지,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국민께 한번 묻고 싶다"며 자신의 처신을 합리화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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