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불량정권" 언급한 새 주한美대사… 북미 강경대치 '서막'

北 '대미관계 재설정' 이어 미국도 '비핵화 협상' 원점 회귀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 지명자가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이라고 지칭했다.

이를 두고 북미관계가 2018년 '북한 비핵화' 협상 이전 수준으로 악화됐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핵단추' 논쟁 때처럼 북미 간 강경 대치 국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관한 답변 도중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고 지목했으며,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한미동맹 심화를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정책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이날 청문회에서 언급한 '불량 정권'이나 'CVID' 등의 표현은 모두 북한이 그간 강한 반감을 드러냈던 표현들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골드버그 지명자의 이번 발언을 둑구도 노골적으로 반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골드버그 지명자의 이번 발언이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스스로 했던 약속(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지)을 파기하는 등 도발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강력한 대응' 기조를 확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골드버그 지명자 본인인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최근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북한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단 이유에서다.

일례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경우 지난 6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에서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대가 없이 이 행위를 계속할 수 없음을 알게 할 강력한 조처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우리의 동맹·우방국들은 북한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은 앞서 ICBM 발사 등 무력도발에 이어 김여정 당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로 우리 정부에 대한 물리적 위협까지 시사했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에서 '핵전투무력', 즉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까지 밝혀 군사적 긴장이 한껏 높아졌다. 즉, 미 당국자들의 최근 북한 관련 발언들 또한 이런 상황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부부장은 앞서 5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핵전투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사실상 처음으로 시사한 것으로서 그간 북한의 군사전술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북한의 '핵전투무력' 사용은 미국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된다. 앞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 또한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대북 압박 발언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대에 따른 '강경 대응'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미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수순으로 기조를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 1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시사하는 결정을 내렸고, 3월엔 ICBM 발사 재개를 통해 도발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
여기에 북한이 그간 중단했던 핵활동을 재개하는 행보까지 이어지자, 미국도 '앞으로 한동안은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 아래 다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대북 압박책을 구사하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북한을 대화판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오히려 '제재 강화'를 언급한 사실 또한 이 같은 미국의 기조 변화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이런 행보에 대한 북한의 추가적인 반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전망이다. 관건은 반발의 수위다. 북한은 이미 ICBM 발사로 대미 위협 강도를 높인 만큼 향후 선택지가 '핵실험 재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ICBM 시험발사 때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이란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또한 북한의 추가 도발이 미국을 향한 '핵무력 위력의 가시화'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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