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대웅전 불지른 승려, 방화 후 웃고 있었다
- 21-03-07
내장사 방문한 시민들 "허무하다" 망연자실
선운사 경우스님 "원인 철저히 조사할 것"
"아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왜 아까운 대웅전을 다 태워."
6일 오전 전북 정읍 내장산 내장사. 지난밤 대웅전이 모두 불에 탔다는 비보를 접한 불자들이 모여들었다. 이 곳에 머물던 승려 A씨(53)의 소행으로 대웅전은 전소됐다.
한 여성은 새까만 숯이 돼 버린 대웅전 잔해를 빙 돌며 오열했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중간에 주저 앉기도 했다.
평소 내장사를 자주 찾는다는 이 여성은 "너무 허망하고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든다"면서 "어렵게 재건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형태도 없이 사라질수가 있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남 광주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 날이 밝는대로 평소 같이 절에 다니는 친구들과 왔다"며 "일반인도 아니고 어쩌다 스님이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웅전이 너무 아깝다"고 안타까워했다.
매캐한 나무 탄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이 현장을 많은 시민과 사찰 관계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대웅전을 지탱하던 커다란 대들보와 서까래도 새카맣게 타 무너져 내렸다. 신자들의 소망이 써진 기와도 산산조각 나 바닥에 나뒹굴었다.
대웅전이 있던 자리 뒤 내장산 자락의 초목은 살짝 그을려 있었다. 바로 옆에 설치 된 소화전 옆으로는 소방호스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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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북 정읍 내장사의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전소된 가운데 6일 정읍 내장사 대웅전 잔해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2021.3.6/뉴스1 © News1 이지선 기자 |
이날 찾은 내장사에는 교구를 관장하고 있는 선운사 관계자들이 나와있었다.
내장사 주지승을 비롯한 소속 승려들은 연기를 흡입하거나 정신적 충격이 커 안정을 취하기 위해 모두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전은 본존 불상을 모신 법당인만큼 사찰의 핵심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사찰 관계자는 "방화를 한 A씨가 이곳에 온건 불과 지난 1월께"라며 "다른 사찰을 떠돌던 그가 내장사에 들어오길 요청해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불을 질러놓고는 이후에 자기 방 앞에서 웃고있었다고 한다"며 "출가수행자가 고의로 불을 지른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선운사는 주지 경우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출가수행자들에겐 수행의 근본이자 지역민들에겐 정신적 위안처였던 대웅전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단과 긴밀히 협조해 사건의 구체적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긴급 점검을 실시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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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북 정읍 내장사의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전소된 가운데 6일 정읍 내장사 대웅전 잔해 위로 깨진 기와가 나뒹굴고 있다. 기와에는 시주를 한 불자들의 소망이 담겨있다.2021.3.6/뉴스1 © News1 이지선 기자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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