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0시에도 靑 머물 듯…盧 사례 참고할 수도

尹측 "배려 정치 마감 아냐"…외부부터 순차 개방 준비

청와대의 제동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통의동에서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은 대개 퇴임일과 취임일을 사이에 두고 양해를 구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양측이 정권교체 40여일을 앞둔 지금까지도 집무실 이전은 물론 인사권 문제 등으로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배려의 정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퇴임하고 청와대를 나가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윤 당선인 측과 퇴임 전까지 논의해 나갈 문제라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다만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의 성격상 퇴임일(5월9일) 밤까지 청와대에 머무른 뒤 취임일 오전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임기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원칙을 강조한 만큼 9일 자정까지는 국가 지휘통신망에 대한 권한을 먼저 내려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퇴임과 관련해 역대 대통령의 전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낼 사저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에 마련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 최초로 퇴임 후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참고사례가 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8월 2월25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를 나온 뒤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임기는 전날 자정을 기해 끝났지만 이명박 당시 당선인 측의 배려로 대통령이 아닌 신분으로 몇 시간 더 청와대에 머문 셈이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만약 이 같은 전례를 따른다면 문 대통령도 5월10일 취임식 직후 KTX를 타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에서 통도사역(울산)까지 KTX로 이동한 뒤 차량을 타고 사저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당초 청와대의 제동에도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던 윤 당선인 측의 기류가 바뀐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21일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에 강하게 우려를 표하자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당선인 측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퇴거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음날(22일)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이 국군통수권자, 행정 각부 통할의 장으로서 공식업무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에 그런 상징성을 갖고 책임감 있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주무시는 분을 저희가 어떻게 나가라고 하나"고 톤을 낮췄다. 

이후에도 한 매체에서 '5월10일 개방하는 청와대 대상 목록에 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관저까지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저를 열고 닫고 비서동을 열고 닫는 문제는 앞으로 시기에 따라 진전이 되면서 그 논의(결과)를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또 "5월10일은 전임 정권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날이지 저희가 해왔던 배려와 정치가 마감하는 날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취임일 청와대 전면 개방은 힘들어졌지만 현재 윤 당선인 측은 이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는 취임 당일 녹지원 등 외부 공간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TF 부팀장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마 5월10일 새벽 5시부터 청와대를 완전히 개방해서 국민들께서 청와대를 통과해서 북악산 등산도 하시고 청와대에 어떤 아름다운 전경도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역대 대통령들은 전임자가 임기 마지막 밤을 관저에서 보낸 뒤 취임식 당일에 청와대를 떠나는 것을 양해해 줬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낸 뒤 다음 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각자 사저로 돌아갔다. 

반면 전임자의 배려 차원에서 퇴임일이 끝나기 전 청와대를 나온 사례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삿짐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2013년 2월24일 오후 4시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경우도 임기 마지막 날 자정이 되기 전 저녁 사저로 돌아갔다가 다음달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각각 참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