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 발사했는데 사진·영상엔 '맑음'…'짜깁기' 가능성

'화성-17형' 아닌 '화성-15형' 탄두 무게 낮춰 발사했다는 분석도 제기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신형 '화성-17형'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화성-17형'을 특정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분석 중"이라고 했고, 일부 전문가들도 "다른 발사 사진을 섞어 조작했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24일 발사된 미사일이 '화성-17형'이 아니라 지난 2017년 11월 발사한 것과 같은 '화성-15형'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5일 관영매체를 통해 2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최대 고도 6248.5㎞, 사거리 1090㎞ 등 구체적 수치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화성-17형이 맞냐'는 취재진 질의에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실제로는 기존 ICBM인 '화성-15형' 혹은 그 개량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 전 이미 '화성-17형'이 아니라는 근거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ICBM 실험을 할 때 위성사진에 찍힌 미사일은 '화성-15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2017년 11월 쏘아 올린 '화성-15형'은 고도 4475㎞, 사거리 950㎞로 이번 발사는 그보다 발전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는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난 제원이 기술 진보를 뜻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이 '화성-17형' 발사 성공 주장을 위해 공개한 사진이 오히려 조작 증거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맑은 날 찍힌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포함됐으나 실제 미사일을 발사한 시각 기상 상황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보도한 '화성-17형'의 발사 직후 사진에 대해 "빛이 1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깨끗한 날씨에 전형적인 아침 빛"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24일 ICBM 발사는 오후 2시34분 흐린 날씨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또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16일 ICBM 개발과 관련한 시험발사를 했는데 당시 발사는 모두 오전에 이뤄졌다. 날씨도 24일보다 맑은 편이었다.

때문에 앞선 세 번의 미사일 발사에서 찍은 사진을 편집해 24일 상황인 것처럼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북한의 지난 16일 발사는 실패했는데 불과 8일 만에 최대성능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추론들에는 보다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김 총비서가 참관하는 '1호 행사'를 사실관계 자체가 다를 정도로 조작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다 '기만전술'이 발각됐을 경우의 후폭풍을 굳이 감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인력이 동원된 행사의 조작에 대한 기밀 유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쏜 ICBM이 '화성-15형'이 맞다고 하더라도 4년 동안 기술적으로 진전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조작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