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인선 '충돌'…역사상 가장 늦어진 회동 책임 전가 핑퐁 게임?

양측 한은 총재 후보 인선 두고 '협의했다'vs'아니다' 진실공방

관건은 靑 집무실 이전 문제…서로 '신뢰' 문제 삼으며 여론전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2주째 단 한 번의 회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24일 양측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며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한 결과'라고 발표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즉각 반박했다.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회동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상호 신뢰를 문제 삼으면서 서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이른 시일 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23일) 이창용 국장 인선에 대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의를 했다? 저는 이것이 결국은 갑자기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밖에 안 된다. (협의)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장 실장은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떠냐'고 해서 (제가) '좋은 사람 같다'고 했는데 이걸 갖고 의견을 받았다고 하는데 납득이 가냐"며 "화해의 제스처라고 보는데 저희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발표하기 10분 전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웃었다"라며 "아니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청와대)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안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자꾸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 측에)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두 사람을 물어봤다. 둘 중 누구냐 했더니 (윤 당선인 측이) 이창용이라고 해서 이창용을 (지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후보자를) 검증했냐고 물어보길래 검증은 과거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될 때 한 게 있어서 문제 없더라(라고 했다)"며 "당선인 쪽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할 의사가 있느냐는 확인을 했다고 들었다"고 재반박했다.

그러자 당선인 측 관계자는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식으로 협의해서 (저희가) 추천하면 (후보자를) 교체해주실 건가. 그래야 맞는 것이다. 그러면 저희와 협의했다는 말에 진정성을 느끼겠다"고 받아쳤다.

양측이 이렇게 인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관건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직접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청와대는 다음날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면서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옮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 공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물밑에서 입장을 전해오기도 전에 공식적으로 거절했다는 점을 들며 청와대가 정권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날 불거진 한은 총재 인선 갈등도 근본적으로는 양측이 청와대 이전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일종의 수 싸움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은 이미 신·구 권력 첫 회동을 역사상 가장 늦게 성사시키게 됐다는 오명을 쓴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은 당선 후 최장 9일 만에 성사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 부담이 고조되는 만큼 양측이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돌리기 위해 신뢰와 진정성 문제를 꺼내 들었고 그 첫 사례가 한은 총재 인선 문제였다는 해석이다.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실무협의가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제든지 윤 당선인이 원하면 만날 수 있다"고 했고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진정성과 존중이 없는데 겉으로 자꾸 만나자 만나자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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