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진실공방에 단일화 '파국' 수순…극적 반전 가능성은 '실낱'

尹측 "단일화 장애물 모두 제거" vs 安측 "상호 신뢰 담보 불충분"…결렬 책임 놓고 정면충돌

尹 "답변 기다린다"…安 "갈등 봉합 어렵고 만남 큰 의미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간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국 '파국' 수순을 밟게 됐다.

윤 후보가 27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비공개로 진행 중이던 단일화 협상 및 결렬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단일화를 위한 안 후보와의 회동을 공개 제안했는데, 이러한 이례적인 협상 과정 공개는 사실상 '단일화 최종 결렬'을 예감한 윤 후보측의 방어적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측의 이날 발표를 놓고 안 후보와 국민의당측이 예상했던 대로 즉각 거세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더 이상 궤도로 복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윤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주말새 전권을 부여한 대리인을 내세워 오후와 밤, 새벽에 걸쳐 단일화 관련 마라톤 협상을 하고 합의문까지 주고받아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안 후보 측으로부터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안 후보 측 전권 대리인이 중간에 선거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추가적인 명분을 제공해달라 요구했고, 이 부분에 대한 합의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안 후보의 연락을 밤새 기다렸는데 결국 "결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윤 후보의 주장이다. 단일화 협상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단일화 협상에 걸리는 장애물들을 모두 제거했는데, 이제 더 이상 제거할 장애물이 없으니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기자회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협상 과정에서 '총리직, 경기지사 제안'이나 '선거 비용' '결선 투표제' 등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 당선 뒤 국민의당과의 공동 정부 구축과 관련해 인수위를 함께 운영하며 국정의 큰 틀을 의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윤 후보가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면 이날 오전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다닐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윤 후보는 포항으로 이동해 남아 있는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윤 후보가 그동안 안 후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협상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사실상 단일화 협상이 '파국'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 결렬된 협상 과정을 공개할 경우 다른 쪽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입장에서 반박할 수밖에 없어 진실공방에 따른 충돌이 는데, 실제 이날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책임의 공을 안 후보에 돌리는 동시에 단일화가 불발됐을 경우에 따를 비판 여론을 미리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윤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선 안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내내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완강하다"고 말했고, 핵심 관계자는 "장애물을 다 제거했는데 결렬돼 후보가 기자회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안 후보의 결정에 의해 막판에 틀어진 단일화 협상 문제는 결국 안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4자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암시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유세를 위해 연단으로 오르고 있다. 2022.2.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안 후보는 전남 여수시 낭만포차거리 유세 뒤 기자들과만나 단일화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 이제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언을 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 측은 "이 상황까지 갔고 남아있는 물리적 기간을 볼 때 봉합하기는 거의 어렵다"고 내다봤다. 윤 후보가 직접 찾아가 담판을 시도할 경우에 대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만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비공개 유지를 서로 약속했는데 후보가 나와서 모든 걸 얘기하고 협상일지까지 공개해 놓고 안 후보와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면서 "단일화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양측이 합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윤 후보 측이 구상하고 제시하는 단일화 방향과 내용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봤다"고 윤 후보 측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 본부장은 "결론적으로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제안하는 여러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결정한 최종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공방으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거듭 드러났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밝힌 '전권 대리인'에 대해서도 "윤 후보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실무협상자"라 반박하는 등 여러 갈등 요소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 열흘 남은 시간 동안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저희가 협상테이블에 그것을 올렸는데 없었다고 하는 건 협상 상대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 역시 "이태규 총괄본부장이 안 후보에 보고를 하지 않은 건 안 후보의 제안을 국민의힘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따로 보고할 게 없었기 때문이라 본다"는 해석을 보였다.

이날 윤 후보가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24~25일 안 후보 휴대폰에 직접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했지만, 안 후보는 오히려 국민의힘측이 공개한 자신의 전화전호로 수만개의 문자폭탄과 전화폭탄이 쏟아져 휴대폰을 사용할 수조차 없는 상태라고 받아치는 등 두 후보간 감정의 골도 깊이 패였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윤 후보의 진정성을 믿을 순 있어도 여론조사 경선 방식 등에 부정적인 윤 후보 주변의 일부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긴다'라는 자신감을 표출함에 따라 결국 윤 후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앞으로 며칠간 단일화 결렬에 따른 영향이 팽팽한 선두 경쟁에 균열을 낼 경우 선거일 전인 3월 8일까지는 두 후보의 의지에 따라 극적인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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