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자 격리 의무 해제 '자율' 강화…오미크론 출구전략 시작?

10일간의 수동감시…방역의 개인의 책임과 자율 커져

"참여형 방역이 풍토병화 첫 단계"…"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 비판도

 

방역 당국이 미접종자인 확진자 동거인에 적용됐던 7일 의무격리를 해제하고 10일간의 수동감시로 대체하면서 방역 출구전략이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역 당국 스스로도 앞서 오미크론 풍토병화(계절독감처럼 공존하는 것 의미) 초입단계라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부겸 국무총리 모두 정점이 멀지 않았느니 선제적으로 준비하자고 강조해왔다.

이달 초부터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에 맞춤한 방역 정책을 하나하나 내놓았다.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모니터링을 없애고 본인의 판단 하에 비대면 진료를 받게 했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했으며, 접촉자 추적관리 목적의 출입명부(QR, 안심콜, 수기명부) 의무화를 중단했다.

◇ 확진자·해외입국자·감염취약시설 3종 내 접촉자만 의무 격리

이제 미접종자의 의무 격리까지 해제돼 오는 3월 1일부터 확진자, 해외입국자, 감염취약시설 3종 내 접촉자 이 세그룹만 격리 의무를 갖게 됐다. 감염취약시설 3종은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시설, 장애인시설을 말하는데 이 시설 내 접촉자, 확진자, 해외입국자는 현재처럼 계속 증상과 백신 접종력에 관계없이 검체채취일로부터 7일간 격리된다.

확진자 가족 등의 밀접접촉자는 격리일이 줄거나 해제되다가 이제 미접종자 밀접접촉자까지 수동감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수동감시는 확진자의 동거인이 접종완료자일 경우에만 7일간 했다. 

수동감시하에서는 시기에 맞게 검사, 3일간 자택 대기, 이후 기간 동안은 외출 자제하고 외출시 KF94(또는 이와 동급) 마스크 상시 착용하고, 감염위험도 높은 시설 이용(방문) 및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것이 권고된다. 관할 보건소는 동거인에게 관련 안내와 검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할 뿐 관리나 어길 경우의 처벌도 없이 오로지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진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의 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정부는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 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수석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달라"며 "언제든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일상적 방역·의료체계 전환 등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논의가 본격화되고 또 그런 실행을 하고 있는 나라도 있는 만큼, 우리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 자율 전환은 고육지책…"확진자 급증에 방향 전환 불가피"

다만 최근의 자율 전환 조치는 확진자가 겉잡을 수 없이 폭증하는 데 대한 고육지책인 면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계절 독감과 같아서가 아니라 독감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 자체적·자율적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참여형 방역이 일상적 풍토병화의 첫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동거인 격리 의무폐지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많은 고민과 심사숙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7만명을 기록하며 일선 보건소에서 하루 확진자에 대한 당일처리도 어려울 정도로 업무가 늘어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도 "지금의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아 확진자 관리 중심으로 방향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사회 추가적인 전파는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권고사항·주의사항·행동수칙을 정확히 적시해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드리는 방식으로 숨은 감염자 규모를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진자는 둘째치고, 이렇게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써도 될 정도로 위중증과 사망자가 관리가능한 상태로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위중증 환자는 25일 0시 기준 655명으로, 40일만에 600명대가 됐고 사망자도 94명 늘어 주간 일평균 71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율과 책임이라고 하지만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라면서 "지금도 재택치료 중에 사망하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고도 안심하라고 할 수 있나"며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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